SK E&S가 한국중부발전과 함께 추진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집단에너지 사업’이 최종 허가됐다. 이번 사업은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 건설을 위해 민관이 협력해 열과 전력을 공급하는 첫 사례로 SK하이닉스는 연간 1500억원 이상 생산원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안정적인 전기와 열을 공급할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발전소(집단에너지) 사업을 최종 허가했다. 이번 사업 허가에 따라 SK E&S와 중부발전은 집단에너지 사업을 수행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2026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발전소를 건설한다. 집단에너지 시설은 전력 생산과 지역난방 등의 열 공급 설비를 모두 갖춘 발전소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송전탑 등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주로 대규모 산업단지나 신도시를 중심으로 건설돼 있다. 산업단지 내 집단에너지 시설이 들어서면 대규모 송전시설 건설 부담을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사회적·경제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SK E&S와 중부발전이 구축하게 될 집단에너지 시설은 1.05GW(기가와트) 규모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팹(fab·반도체 생산공장) 1∼4기에 필요한 열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는 24시간 항온, 항습을 유지하기 위한 안정적인 열 공급이 필수다. 반도체 팹은 온도가 1도만 내려가도 생산에 차질을 빚는다. 공장 가동이 약 2분간 중단되면 1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집단에너지 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보일러를 통한 생산방식에 비해 열 생산원가는 약 15%, 에너지 소비량은 26%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탄소를 덜 배출하는 LNG 발전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LNG 발전은 RE100(재생에너지 100%사용)에 해당하는 에너지원은 아니다. 하지만 SK E&S가 CCS(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기술을 접목해 저탄소LNG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탄소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출범을 앞둔 SK E&S와 SK이노베이션 합병법인의 안정적인 수익원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사업으로 국내 민간 1위 LNG 사업자이자 발전사업자인 SK E&S는 현재 운영 중인 5GW 규모의 LNG 발전소에 더해 추가로 1GW급 발전소에 LNG를 공급하게 되면서 LNG 밸류체인(가치사슬)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1월 산업부가 조사한 신규 LNG 열병합 건설 의향이 7.3GW 규모였던 것을 고려하면 SK E&S가 이번에 중부발전과 1.05GW 규모의 LNG 발전 사업권을 획득한 것은 상당한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집단에너지 시설의 경우 대부분 열 수요가 겨울철에 집중된다. 반면, 반도체 산업단지의 경우 계절에 상관없이 열과 전력 수요가 연중 일정해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 SK E&S가 호주 등에서 직도입하는 LNG를 활용해 연료비 절감은 물론 합병법인의 LNG 수요 확대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전날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집단에너지 사업과 보령 수소 혼소 발전 사업, 유럽·동남아 등 추가 수요 확대 상황을 고려할 때 전체 발전설비 규모는 8GW 이상, LNG 1000만t 규모까지 확대돼 LNG 밸류체인의 원가·운영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