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이 펄펄 끓는다…한겨울에도 초여름 날씨 [Why&Next]

한겨울 영하 61도 내려가던 아문센 기지
평균 기온보다 20도 따뜻한 초여름 날씨
지구온난화로 극지방 소용돌이 약해진 탓
“21세기 말 동남극 빙하 다 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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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 유례없는 폭염이 발생하고 있다. 해가 뜨지 않는 한겨울이지만 평균 기온보다 수십도 높은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남극이 따뜻해질수록 지구 전반의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시간과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타임앤데이트’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아문센-스콧 남극기지의 아침 기온은 영하 38도를 기록했다. 몹시 추운 것 같지만 남극에서는 이례적으로 따뜻한 날씨다. 아문센-스콧 기지는 남극점과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으로 극지방에 가장 가까운 장소다. 겨울에 해당하는 7~8월은 평균기온이 영하 59도에 달하고 아침과 밤에는 영하 61도까지 내려간다. 살벌한 추위가 몰아쳐야 할 때지만 기온이 평소보다 20도가량 높은 셈이다.

지구에서 가장 추운 장소로 꼽히는 보스토크 기지도 마찬가지다. 보스토크 기지는 러시아의 남극관측기지로 1983년 영하 89.2도를 관측해 역대 최저기온을 기록한 곳이다. 2012~2021년 8월 기준 보스토크 기지의 평균기온은 영하 62도였다. 더울 때도 영하 60도를 넘기지 않았다. 하지만 전날 기온은 영하 38~46도에 그쳤다. 보스토크 기지의 초여름 날씨와 비슷한 수준이다.


남극 고온 현상의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남극에서는 성층권의 차가운 저기압이 소용돌이치며 따뜻한 공기 유입을 차단해왔다. 하지만 지구의 평균기온이 올라가면서 1999년 이후 남극의 소용돌이가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중위도의 따뜻한 공기가 서남극 로스해와 아문센해로 더 많이 유입됐고, 남극의 해빙을 빠르게 녹였다. 햇빛을 반사해 추운 겨울을 만들어주던 해빙이 사라지면서 기온이 더 오르는 악순환 고리도 형성됐다.


“전례가 없는 일”…지구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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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남극의 폭염은 2022년 3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수준이다. 당시 남극의 프랑스 연구기지 콩코르디아 일대 기온은 영하 11.5도로 평균기온인 영하 56도를 훌쩍 상회했다. 보스토크 기지의 기온도 평균보다 17도 가까이 높았다. 이와 관련 기상학계에서는 ‘기후학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남극의 고온 현상이 더 자주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드워드 블랜차드 리글스워스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지난해 남극 폭염 보고서를 내고 “2022년 3월에 발생한 폭염은 세계적인 이상기온”이라면서 “기후변화로 남극 일대 기온이 2도 정도 오르면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1세기 말 남극 일대 기온이 5~6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폭염으로 동남극 빙하가 다 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따뜻한 날씨가 일대 얼음을 빠르게 녹이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남극연구소(BAS) 연구진들은 지난 6월 네이처를 통해 따뜻한 바닷물이 얼음에 스며들면서 해수면 상승을 멈추지 못하는 ‘임계점’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극 대륙의 빙하는 지구 전체 얼음의 90%를 차지하는데, 모두 녹을 경우 지구의 평균 해수면은 약 45~58m 이상 상승한다. 해수면이 낮은 저지대 도시와 국가들은 대부분 물에 잠긴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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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전체 생태계가 교란될 위험도 크다. 추운 남극 해빙에서는 해양 갑각류 크릴의 먹이인 해조류가 자란다. 그런데 남극의 기온이 오르면서 해조류가 줄고 크릴 개체 수도 급감하는 추세다. 크릴을 먹이로 하는 각종 물고기와 펭귄, 고래 등도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남극 조사단은 “크릴이 사라지면 먹이사슬에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공기 중 탄소를 저장하는 해조류 영향도 줄어 지구온난화가 빨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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