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카드대금 납부유예 제각각…"이제 카드 안 쓸래" 뿔난 소비자들

"페이로 결제할 걸 그랬어요. 카드는 환불은커녕 납부유예 정책도 다 다르던데요?"

e커머스 업체 티몬과 위메프의 정산금 지연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신용카드 결제 고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페이결제(네이버·카카오·토스페이 등) 소비자들의 경우 환불받은 사례들이 나온 가운데, 카드사들이 피해 고객들을 위해 제공하고 있는 결제대금 납부 유예 정책도 카드사마다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카드사별 대응 차이에 소비자 혼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티메프(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티메프 사태 관련 카드사 9곳(신한·삼성·KB국민·하나·현대·롯데·비씨·NH농협·우리)은 피해를 본 신용카드 고객들에게 할부계약 철회·항변권 신청 등을 받아 결제대금 납부를 유예해주고 있다. 해당 사태를 두고 결제대행업체(PG)뿐만 아니라 카드사도 관련 부담을 나눠서 져야 할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대책이다.

할부거래법상 할부계약 철회·항변권은 소비자들이 구입한 물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생길 경우 결제를 취소하거나 할부 잔액을 지불하지 않을 수 있도록 보장받는 권리다. 거래액이 20만원(단 건 기준) 이상, 3개월 이상 할부로 구매했을 때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다만 티메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카드사마다 납부 유예 정책이 달라 헷갈린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티메프 신용카드 결제자들이 모인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채팅방에서는 "A카드는 3개월 할부가 아닌 일시불로 구매한 소비자에게도 결제 대금 납부를 유예해주는데, B카드는 절대 안 해준다"는 등의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카드사의 경우 유예 기간도 제대로 안내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카드사 이용자는 "결제대금이 얼마나 유예되는지 기간에 대한 안내도 따로 없이 문자만 와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할부항변권이나 철회권이 아니더라도, 카드사마다 이의제기 등을 통해 민원성으로 들어오는 접수도 일단 다 받아 PG를 통해 확인하고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은 고객들에게 맞추고 있는 터라 생기는 일인 것 같다"며 "청구 납부 유예 역시 현 사태가 길어질 수 있다는 판단하에 기한을 정해놓지 않고 안내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고객들은 1인 시위까지 나서며 카드사들에 빠른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카드는 안 쓰겠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소비자도 있어 향후 소비자들의 카드 사용 행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페이는 환불됐던데…" 답답한 신용카드 결제 고객

티메프 소비자 오픈채팅방 갈무리

티메프에서 페이 결제의 경우 머니나 포인트로 결제했다면 즉각적인 취소가 가능해 환불이 빠른 편이다. 반면 카드 결제 고객들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상황이다.

카드사와 PG의 환불이 지연되는 건 티몬·위메프의 자료 제공이 늦어져서다. PG업계는 소비자가 중복 환불을 받을 가능성이나 배송받은 상품에 대해 환불을 요청할 가능성 등을 고려해 티몬·위메프의 주문 정보를 확인한 후 환불 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사태 발발 이후 티몬·위메프는 직원 감축 등으로 업무 마비에 가까운 상태인 까닭에 카드 결제인 경우 환불이 늦춰지고 있다.

이와 달리 페이3사는 직접 주문 정보를 확보하며 환불에 속도를 냈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27일부터 환불을 신청한 소비자에게 주문내역·배송상태 등을 스크린샷(캡쳐화면)으로 첨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네이버페이는 신청 이후 48시간 이내에 환불을 완료하겠다고 밝혔고,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30일부터 순차적으로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토스는 기술을 활용해 환불 속도를 높였다. 페이사와 e커머스 업체의 거래구조를 보면 소비자가 배송 시작 이후 환불을 신청한 경우 페이사는 결제취소 정보를 받을 수 없다. 반대로 소비자가 발송 전에 환불을 요청했다면 결제취소 정보는 자동으로 페이사에 전달된다. 토스 관계자는 “티몬·위메프로부터 넘어오는 정보와 소비자가 토스에 입력한 정보를 대조한 뒤 별도 인증 절차 없이 환불을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사들은 논란이 된 여행상품에 대해서도 환불 절차를 개시했다. PG업계는 여행상품 환불 의무가 PG·여행사 가운데 어디에 있는지 법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카드 결제인 경우 여행상품 환불이 보류된 반면, 페이업계는 여행상품에 대해서도 손실을 감수하고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페이업계 관계자는 “포인트나 계좌 연결을 통한 머니 결제는 이해관계자가 적고 결제 단계도 줄어들기 때문에 빠른 환불이 가능하다”면서 “신용·체크카드를 연결해 페이로 결제했다면 환불은 일반적인 카드 결제처럼 3~5일가량이 걸리지만, 페이업계는 비교적 일찍이 결제취소·환불 창구를 열어서 빠르게 환불이 진행된다고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