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상하단 모두 0.11% 올린 가운데 신한은행이 15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05% 올릴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한 우리은행 지점.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시중은행들이 최근 가팔라지고 있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잇달아 끌어올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잔액에 대해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면서도, 9월 스트레스 총부채상환원리금비율(DSR) 2단계 정책 시행을 앞두고 지난달부터 크고 작은 점검 회의를 통해 개별 금융사에 각별한 관리를 주문하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달 31일 취임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안팎에서 주재한 회의에서 가계대출을 1순위로 꼽고 부채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어 은행권의 움직임은 더욱 기민해질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12일부터 대면과 비대면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연립, 다세대 등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0.40%포인트 추가 인상하기로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년 고정금리 전세자금 대출 금리도 0.20~0.25%포인트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이미 지난달 12일과 24일 그리고 지난 2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지난 2일에는 5년 기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를 0.15~0.30%포인트 올렸고, 전세자금대출인 우리전세론의 2년 기준 고정금리도 0.10%포인트 인상했다. 오는 12일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하반기 들어서만 네 번째 금리 인상이다.
시중은행 중 가계대출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도 오는 8일부터 '변동·혼합 KB 주택담보대출'과 'KB 일반 부동산담보대출' 등의 금리를 각각 0.30%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지난달 3일과 18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3%포인트, 0.20%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29일부터는 대환대출과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도 제한했다. 이달 2일에는 전세자금 대출 금리도 0.30%포인트 끌어올렸다.
신한은행도 KB국민은행과 유사한 수준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신한은행은 오는 7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최대 0.30%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30%포인트 올리고, 대환 서비스 주택담보대출 금리(금융채 5년물 기준)도 0.09%포인트 끌어올릴 계획이다.
시중은행의 이 같은 가계대출 금리 인상 기초는 정부가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정책 시행을 앞두고 크고 작은 점검 회의를 통해 가계대출 잔액 관리를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착륙과 소상공인 지원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스트레스 DSR 2단계 정책 시행을 2개월 미룬 터라 정부의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실제로 7월 말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5조7383억원으로 한 달 새 7조1660억원 증가했다. 2021년 4월 9조2266억원의 증가 폭을 기록한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김 위원장도 부채 위험(리스크)에 종합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외부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5일 김 위원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거시·금융전문가들과 점검 회의를 열고 가계대출을 4대 금융 리스크 중 첫 번째 관리 대상으로 꼽았다.
그는 "우리 금융시스템이 외부 충격에 약한 근본적인 요인은 주요국에 비해 높은 부채비율과 부채 의존성에 있다"면서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해 부채 중심의 구조를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부채 중심에서 자본 중심으로 금융 구조를 전환하겠다는 취임 일성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 과제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재차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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