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가 한 병에 약 15만원인 반려견용 향수를 출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수의사들은 '돈 낭비'라고 지적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돌체앤가바나가 발망과 파코 라반의 향수를 만든 적이 있는 파리의 유명 조향사가 개발한 반려견용 향수 '페페'를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페페'의 가격은 100㎖ 1병당 99유로(약 14만7000원)다. 대형 명품 패션브랜드 업체 중에서 반려견 향수 시장에 진출한 것은 돌체앤가바나가 처음이다.
돌체앤가바나는 '페페'라는 향수 이름은 돌체앤가바나 설립자인 도메니코 돌체의 반려견 중 한 마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체앤가바나는 1985년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가 함께 세운 회사다. 이 회사는 향수 '페페'에 대해 돌체의 충실한 동반자였던 페페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에서 영감을 얻은 제품이라고 밝혔다.
반려견 향수의 개발 과정에는 명 조향사와 수의사, 동물행동 전문가, 애견인 등이 참여했으며, 안전성 검사와 수의사들의 승인도 받았다고 돌체앤가바나는 전했다. '페페'에는 일랑일랑꽃 향기가 들어갔는데, 돌체앤가바나는 페페의 방향유는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열대 나무 카난가 오도라타(Cananga odorata)에서 유래한 것으로, 향수의 고전인 '샤넬 넘버 5'에도 함유되어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반려견 향수를 바라보는 수의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수의사들은 "반려견 향수는 부유층이 새로운 소비처를 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한 수의사는 "일랑일랑꽃과 백단유의 혼합인 '페페'가 반려견들을 오히려 짜증 나게 할 것"이라며 "돈 낭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동물복지 단체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 복지 대사로 활동한 소(小)동물 전문 수의사 파비안 리버스는 "향수를 뿌리더라도 반려견들이 서로의 냄새를 맡는 데엔 문제가 없겠지만 향수 냄새를 싫어하거나 산만한 행동을 보일 수 있다"며 "'페페'와 같은 고가의 반려 용품 출시는 사람들이 가치가 거의 없는 것에 돈을 쓰도록 만드는 흥미로운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부유층이 돈을 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는 것 같다"며 "많은 사람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전 세계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연간 3200억 달러(약 440조원) 수준으로 추산되며, 2030년께에는 반려동물용 고급 의류와 장난감 매출 증가에 힘입어 5000억 달러(약 687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반려동물을 가족이나 친구처럼 대하는 '펫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현상이 가속하면서 반려동물에게 아낌없는 소비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로 인해 명품 브랜드들도 앞다퉈 반려동물용품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이러한 제품으로는 구찌 펫 컬렉션, 에르메스 반려동물 액세서리 등 대표적이고, 루이비통과 펜디, 프라다 등도 반려동물용 이동 가방과 목줄, 하네스, 의류 등을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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