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통신 감청’ 사업, 국내 개발로 진행 결정[양낙규의 Defence Club]

전방 통신·전자신호정보 수집하는 향백사업
2007년 첫 도입 이후 20년 만에 국내 개발로

전방에서 북한의 통신과 전자신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향백사업이 국내 개발로 진행된다.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소속 첩보 요원들의 신상 등 기밀 자료가 북한 등으로 넘어간 정황이 밝혀진 가운데 대북 정보 수집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동부전선 최전방 GOP(일반전초)에서 경계근무를 마친 병장이 동료 병사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졌다.

▲동부전선 최전방 GOP(일반전초)에서 경계근무를 마친 병장이 동료 병사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5명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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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정부 관계자는 “전방 통신과 전자신호정보를 수집하는 향백사업은 2007년까지 미국에서 장비를 도입해 배치했는데, 국내 개발로 최종 결정되면서 올해까지 소요량과 성능검증을 한 후 2027년부터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1999년 6월 제1연평해전을 일으키며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을 중국으로 보내 한국 요원들을 제거하는 작전을 펼쳤다. 중국 당국이 대북 정보망의 핵심 거점이었던 중국 선양의 국정원 안가와 위장회사를 급습해 남한 요원 30여명을 체포했고 대북 첩보활동은 크게 위축됐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국정원 내 600여명의 대공 전문 요원들이 조직을 떠났다.


군은 대북 정보 강화에 나섰다. ‘쓰리세븐(777) 부대’는 2007년까지 북한은 물론 중국 일부 지역까지 통신·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향백사업을 진행했다. 2000억원을 투자해 미국산(GDAIS사) 장비를 도입했다. 백령도 연평도 등 서북도서 지역에서부터 향로봉에 이르기까지 이 장비를 설치했다. 2009년에는 무상 보증기간이 끝나 해외정비와 기술지원비로만 1554만달러(약 215억2000만원)가 추가로 들어갔다. 하지만 777부대는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해 북한군 움직임과 의도를 탐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2012년에는 국회 정보위와 국방위에 각각 출석한 원세훈 국정원장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김정일 전 위원장의 사망을 "TV를 보고 알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군은 국내 방산기업들이 백두정찰기 성능개량을 할 정도의 기술을 보유했다면 향백사업도 국내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백두정찰기는 북한의 전자정보(Elint)와 통신정보(Comint)를 포착한다. 국내방산기업인 LIG넥스원과 한화탈레스가 개발한 계기정보(Fisint) 기능을 추가했다. 계기정보기능은 북한군의 통신이나 핵시설, 미사일 기지의 움직임이 없어도 전자장비 간에 주고받는 신호 교환을 알아내는 방식이다.

일각에서는 첨단장비를 활용한 대북 정보 수집도 필요하지만 인적정보(HUMINT·휴민트)를 다시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람을 키워야 하는 휴민트에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1997년 2월 황장엽 노동당 비서의 남한행, 같은 해 8월 장승길 이집트 주재 북한대사의 미국 망명에 이어 1998년 2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북한대표부 김동수 서기관 망명, 1999년 1월 독일 주재 북한대사관 김경필 서기관 망명 등은 모두 휴민트가 있어 가능했다.


군 관계자는 "첨단기술이 미래를 지배한다 해도 인간이 판단과 결정에 가장 중요한 주체가 된다는 것을 잊지 말고 휴민트 복구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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