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오빠, 해결사 동생"…2관왕 양궁남매의 '환상호흡'

대한민국 양궁 에이스 듀오 김우진(32·청주시청)과 임시현(21·한국체대)이 2일(한국시간)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2024 파리 올림픽 혼성 단체전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결승에 이르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던 경기들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버팀목이 돼 줬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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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위기는 대만과의 8강전에서 찾아왔다. 2세트까지 4-0으로 앞서던 김우진과 임시현은 3, 4세트 상대에게 추격당해 동점을 내줬고, 슛오프까지 끌려갔다. 위기의 순간 임시현이 해결사로 나섰다. 임시현이 먼저 10점을 쏘며 강심장을 뽐냈고, 뒤따라 김우진도 10점에 화살을 꽂아 넣으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기 뒤 임시현은 "너무 간절했던 메달이었기 때문에 슛오프에서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진짜 간절하게 쐈는데, 그게 10점에 물려줘서 '와! 진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두 사람의 호흡은 독일과의 결승전에서도 빛났다. 임시현의 결승전 1세트 첫발이 8점에 그쳤지만, 등 뒤엔 든든한 오빠 김우진이 있었다. 김우진의 10점 커버로 위기에서 벗어난 두 사람은 이내 10점을 하나씩 쏘며 1세트를 끝냈다.

독일도 1세트 첫발이 8점에 꽂혔으나, 이후 세 발 모두 9점에 그쳤다. 여자 단체전에서 얼음처럼 흔들리지 않던 임시현은 이날 몇 차례 8점을 쐈다. 그때마다 김우진이 10점이나 9점을 쏘며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줬다.


김우진은 "임시현 선수가 많이 부담스러웠을 텐데 그래도 너무 잘해줬다. 오늘 임시현 선수 덕에 메달 딴 것 같아서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임시현은 "오빠가 훨씬 더 많이 부담감을 느꼈을 텐데 그 와중에 너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나도 앞으로 더 목표가 더 생긴 것 같다"고 화답했다.


랭킹 라운드를 통해 두 선수가 혼성전에 출전할 선수로 결정됐을 때 김우진은 농담 삼아 "원래 호흡은 어린 선수에게 맞춰야 하는 거다. 임시현 선수 말 잘 듣고, 잘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임시현은 '김우진이 정말 말을 잘 들었느냐'는 질문에 크게 웃으며 "내가 (김우진 선수의) 말을 잘 들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김우진은 "내가 말 잘 들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내 말을 (임시현 선수가) 잘 듣게 했네요"라며 웃어 보였다.


뒤에서 코치해준 박성수 남자 대표팀 감독의 조언도 몫을 다했다. 한국은 이날 8강전과 4강전에서 거푸 1세트를 먼저 내줬다. 박 감독은 "괜찮다. 어차피 한 세트 죽고, 마지막 세트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하자"며 선수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김우진은 "그 말씀에 힘입어서 2세트부터 정상적인 궤도로 올라서서 하다 보니까 나머지 세트를 다 가지고 왔고, 결승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앞서 남녀 단체전 금메달도 하나씩 목에 건 두 선수는 이제 남녀 개인전에서 3관왕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올림픽 양궁 3관왕은 2021년 도쿄 대회 안산(광주은행) 하나뿐이다.


김우진과 임시현을 비롯해 한국 선수 6명 모두가 개인전 16강까지 살아남은 만큼 준결승전부터 '집안싸움'이 펼쳐질 수 있다. 김우진은 "개인전은 선의의 경쟁"이라면서 "계속 마음은 비우고 가슴은 뜨겁게 경기에 임한다면, 좋은 결과가 찾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우진은 이날 생애 4번째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선수 중에서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과 동·하계 올림픽 통산 최다 금메달 보유자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는 "진종오, 김수녕 두 분은 은퇴하셨지만, 난 아직 은퇴 계획이 없다"고 말해 취재진을 웃게 했다.

임시현은 "재미있게 경기를 즐기는 사람이 메달을 따는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재미있게 즐기겠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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