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 수도권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7월19일, 박상우 국토부 장관) → "공급 확대를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원점 재검토하겠다"(7월25일, 기재부·국토부 부동산 공급 1차 TF 회의) →"추가 공급 확대 방안을 내실 있게 마련하겠다"(8월1일, 부동산 공급 2차 TF 회의).
불과 보름 사이에 주택 공급을 두고 바뀐 정부의 입장이다.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강조하다가, 갑자기 공급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상황에 따라 입장이 바뀔 수는 있지만 이렇게 짧은 기간에 냉온탕을 오가는 바람에 정부의 신뢰도는 확 떨어졌다.
못 미더운 사례는 또 있다. 국토부가 대표적 공급 대책으로 손꼽는 ‘3기 신도시’가 그렇다. 2025~2026년으로 예정됐던 입주 시기는 지난해에 2027년으로 미뤄졌고 사전청약자들로부터 비판받았다. 지난달에는 대규모 입주 시기가 2029년으로 한 차례 더 늦춰졌다. 공사비 인상에 따른 건설사 수익 하락, 고금리로 인한 PF 부실, 지방 미분양 사태까지. 지연된 이유는 있지만 국민들은 이제 정부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고개를 저을 노릇이다.
최근 만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정부는 다를 거라 기대했지만 역시나…"라고 했다. 그는 "최소한 전 정부처럼 ‘아파트가 빵이면 밤을 새워서 만들겠다’는 이상한 말을 하거나 ‘15억원 초과 주택은 대출을 금지하겠다’는 무데뽀 정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야당이 안 도와줘서 그렇지, 도심 재정비 대책을 내놓고 공급을 하려고 한 방향성은 옳았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집값이 오르니까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우기고, 2년이 넘도록 전 정권 탓만 하고 있다. 사실 공급은 장기 변수다. 미래에 공급이 부족할 거라 해도 지금 이렇게 서울 아파트에 몰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된 것은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아서"라고 지적했다.
이달 발표할 추가 공급 확대 방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담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일에도 "정비사업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인허가 지연도 없애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수년 전보다 사업성이 낮아진 시점에서, 정부가 밀어준다고 선뜻 움직일 재건축 사업장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럴 때 공공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휴부지를 활용하면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유휴부지에 짓는 주택을 공공임대로 풀지 말고, 분양으로 돌리면 급한 불부터 끌 수 있다. 3기 신도시 사업도 토지 보상은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 어느 곳부터 순차적으로 입주할 수 있을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도 꼭 필요하다.
전세의 경우 수도권 구축 매물은 충분하다는 점을 상기시켜 국민과 소통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금 전셋값 인상은 신축 매물이 부족해서 벌어졌다. "원하는 신축은 당장 없지만 구축은 비교적 찾기 쉽고, 아파트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때까지만 기다려달라"는 신호를 주면서 전셋값을 안정시켜야 한다.
아파트 공급은 장기전이다. 당장 인허가를 받는다고 해도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후에나 효과가 나타난다. 그래서 국민들이 정부를 믿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은 정책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면서 더 심해졌다. 부동산 시장은 80%가 심리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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