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중추’에 해당하는 30·40대의 절반가량이 AI 상담 서비스 등 불편한 콜센터 상담 때문에 이용하던 금융회사를 옮길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금융회사 콜센터 AI 상담 서비스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는 응답도 50%에 육박해 전 세대에서 가장 높았다.
6일 아시아경제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에 의뢰, 전국 성인 남녀(만 19~69세) 500명을 대상으로 패널 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AI 등 콜센터 상담원의 불편함으로 이용하는 금융회사를 다른 회사로 변경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30대(만 30~39세) 응답자의 48.3%가, 40대(만 40~49세) 응답자의 43.7%가 “있다”고 답했다.
이런 결과는 전체 응답자 중 콜센터 문제로 금융회사를 변경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38.2%)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30대(48.3%)의 경우 오차범위(±4.38%) 밖인 10%포인트를 웃돌았고, 40대(43.7%) 또한 5%포인트 가까운 차이가 났다. 그 외의 연령대는 50대(37.0%), 60대(31.7%), 20대(만19~29세, 30.6%) 순으로 모두 전체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0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은 81%로 전 연령대 중 1위를, 40대는 80.0%로 2위를 차지했다. 경제활동참가율이 80%를 넘는 연령대는 30대와 40대뿐이다. 다시 말해 30대와 40대와 함께 우리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는 허리이자, 금융회사의 최대 잠재고객이기도 한 셈이다.
콜센터 문제로 실제 금융회사를 변경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30대(22.5%)가 가장 높았다. 40대 역시 21.4%에 달해 전 연령대 평균(18.2%)을 웃돌았다. 30대의 경우 금융회사를 변경했거나 할 경우 고려할 가장 중요한 점으론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인간 상담원을 연결할 수 있는지’를 꼽은 응답자가 46.5%에 달해 60대(50.0%)에 이어 가장 많았다.
AI 등 신기술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주 연령대가 60대 이상 고연령층이라는 통념과 달리 다른 조사항목에서도 30대, 40대는 금융회사 콜센터 AI 상담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금융회사 콜센터 AI 상담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30대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46.1%(매우 불만족 16.9%, 불만족 29.2%)로 다른 연령대를 웃돌았다. 40대의 경우도 43.7%(매우 불만족 7.8%, 불만족 35.9%)로 이에 근접했으며 50대(39.5%), 60대(36.5%), 20대(30.6%)를 압도했다. 특히 30대의 매우 만족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16.9%로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30·40대가 금융회사 콜센터 AI 상담 서비스에 불만족한 이유(복수 응답)로는 ‘AI가 나의 요구사항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80.5%(30대), 75.6%(40대)로 가장 많았다. ‘인간 상담원 연결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다’도 각 61.0%, 60.0%에 달했다. 이외 인간 상담원 연결 대비 신뢰감이 낮다는 의견은 각 43.9%, 35.6%, AI 서비스 이용 방법이 어렵다는 응답은 각 34.1%, 31.1%에 그쳤다.
AI 서비스 도입 이후 콜센터 상담을 통해 문제 해결에 드는 시간이 어떻게 달라졌느냐는 질문에서도 30대는 절반에 가까운 49.4%가 ‘길어졌다(매우 길어졌다 24.7%, 길어졌다 24.7%)’고 답했다. 40대 역시 48.5%가 길어졌다(매우 길어졌다 12.6%, 길어졌다 35.9%)고 답변해 유사한 태도를 보였다. 전 연령대 대상 조사 결과(42.6%) 대비 6~7%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치다. 반면 짧아졌다는 응답은 30대의 경우 19.1%(매우 짧아졌다 2.2%, 짧아졌다 16.9%), 40대의 경우 20.4%(매우 짧아졌다 1.0%, 짧아졌다 19.4%)로 전 연령대 대상 조사 결과(27.0%)를 크게 밑돌았다.
AI 상담 서비스를 거쳐 인간 상담원과 연결됐을 때 느끼는 감정을 묻는 조사에서 30대의 29.2%는 ‘상담 시간이 지연돼 불쾌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40대도 29.1%에 달했다. 전체 연령대 평균(26.2%)을 다소 웃돈다. AI 상담 서비스 확대 이후 현장에서 인간 상담사들이 호소하는 감정적 어려움을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다.
콜센터에 AI를 많이 활용하는 금융회사에 대한 이미지로 ‘고객지향적이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도 30대는 52.8%, 40대는 56.3%에 달했다. 이는 평균(45.6%) 대비 7~10%포인트가량 높다. 향후에도 금융회사 콜센터에서 인간 상담원 연결이 계속 필요하냔 질문에도 30대는 92.2%가 ‘필요하다(필요하다 37.1%, 매우 필요하다 55.1%)’고 답했다. 전 연령대 중 이 비중이 90%를 넘는 것은 30대가 유일하다. 40대도 89.3%로 유사 흐름을 보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아시아경제가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 지난 7월 12~16일 동안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4.38%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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