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절반 “AI상담 불편해 경쟁사 옮길것”[뺑뺑이 AI콜센터]③

본지 ‘금융회사 콜센터 AI 상담서비스 만족도 조사’
30대 48% “AI상담 불편으로 금융사 옮길 의향 있다”
AI 상담서비스 “불만족”도 46%...전 연령대 평균 웃돌아

편집자주“(AI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누구나 한 번쯤은 이용할 일이 있는 콜센터, 언제나 상담원이 친절하게 전화를 받아 문제를 해결해 주던 금융회사의 콜센터가 어느샌가 금융소비자에게 불편한 곳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미완(未完)의 ‘인공지능(AI) 상담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오히려 금융소비자가 체감하는 문제해결 절차와 소요 시간은 지연되고만 있습니다. 은행·카드사 등 금융권이 콜센터의 인간 상담원을 AI 상담 서비스로 대체하면서 나타난 아이러니입니다. 이에 아시아경제는 금융소비자, 노동자 등 다양한 시선 아래서 금융회사 콜센터의 속사정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한국 경제의 ‘중추’에 해당하는 30·40대의 절반가량이 AI 상담 서비스 등 불편한 콜센터 상담 때문에 이용하던 금융회사를 옮길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금융회사 콜센터 AI 상담 서비스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는 응답도 50%에 육박해 전 세대에서 가장 높았다.


6일 아시아경제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에 의뢰, 전국 성인 남녀(만 19~69세) 500명을 대상으로 패널 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AI 등 콜센터 상담원의 불편함으로 이용하는 금융회사를 다른 회사로 변경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30대(만 30~39세) 응답자의 48.3%가, 40대(만 40~49세) 응답자의 43.7%가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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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과는 전체 응답자 중 콜센터 문제로 금융회사를 변경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38.2%)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30대(48.3%)의 경우 오차범위(±4.38%) 밖인 10%포인트를 웃돌았고, 40대(43.7%) 또한 5%포인트 가까운 차이가 났다. 그 외의 연령대는 50대(37.0%), 60대(31.7%), 20대(만19~29세, 30.6%) 순으로 모두 전체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0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은 81%로 전 연령대 중 1위를, 40대는 80.0%로 2위를 차지했다. 경제활동참가율이 80%를 넘는 연령대는 30대와 40대뿐이다. 다시 말해 30대와 40대와 함께 우리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는 허리이자, 금융회사의 최대 잠재고객이기도 한 셈이다.


콜센터 문제로 실제 금융회사를 변경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30대(22.5%)가 가장 높았다. 40대 역시 21.4%에 달해 전 연령대 평균(18.2%)을 웃돌았다. 30대의 경우 금융회사를 변경했거나 할 경우 고려할 가장 중요한 점으론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인간 상담원을 연결할 수 있는지’를 꼽은 응답자가 46.5%에 달해 60대(50.0%)에 이어 가장 많았다.


AI 등 신기술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주 연령대가 60대 이상 고연령층이라는 통념과 달리 다른 조사항목에서도 30대, 40대는 금융회사 콜센터 AI 상담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금융회사 콜센터 AI 상담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30대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46.1%(매우 불만족 16.9%, 불만족 29.2%)로 다른 연령대를 웃돌았다. 40대의 경우도 43.7%(매우 불만족 7.8%, 불만족 35.9%)로 이에 근접했으며 50대(39.5%), 60대(36.5%), 20대(30.6%)를 압도했다. 특히 30대의 매우 만족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16.9%로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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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대가 금융회사 콜센터 AI 상담 서비스에 불만족한 이유(복수 응답)로는 ‘AI가 나의 요구사항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80.5%(30대), 75.6%(40대)로 가장 많았다. ‘인간 상담원 연결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다’도 각 61.0%, 60.0%에 달했다. 이외 인간 상담원 연결 대비 신뢰감이 낮다는 의견은 각 43.9%, 35.6%, AI 서비스 이용 방법이 어렵다는 응답은 각 34.1%, 31.1%에 그쳤다.

AI 서비스 도입 이후 콜센터 상담을 통해 문제 해결에 드는 시간이 어떻게 달라졌느냐는 질문에서도 30대는 절반에 가까운 49.4%가 ‘길어졌다(매우 길어졌다 24.7%, 길어졌다 24.7%)’고 답했다. 40대 역시 48.5%가 길어졌다(매우 길어졌다 12.6%, 길어졌다 35.9%)고 답변해 유사한 태도를 보였다. 전 연령대 대상 조사 결과(42.6%) 대비 6~7%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치다. 반면 짧아졌다는 응답은 30대의 경우 19.1%(매우 짧아졌다 2.2%, 짧아졌다 16.9%), 40대의 경우 20.4%(매우 짧아졌다 1.0%, 짧아졌다 19.4%)로 전 연령대 대상 조사 결과(27.0%)를 크게 밑돌았다.


AI 상담 서비스를 거쳐 인간 상담원과 연결됐을 때 느끼는 감정을 묻는 조사에서 30대의 29.2%는 ‘상담 시간이 지연돼 불쾌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40대도 29.1%에 달했다. 전체 연령대 평균(26.2%)을 다소 웃돈다. AI 상담 서비스 확대 이후 현장에서 인간 상담사들이 호소하는 감정적 어려움을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다.


콜센터에 AI를 많이 활용하는 금융회사에 대한 이미지로 ‘고객지향적이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도 30대는 52.8%, 40대는 56.3%에 달했다. 이는 평균(45.6%) 대비 7~10%포인트가량 높다. 향후에도 금융회사 콜센터에서 인간 상담원 연결이 계속 필요하냔 질문에도 30대는 92.2%가 ‘필요하다(필요하다 37.1%, 매우 필요하다 55.1%)’고 답했다. 전 연령대 중 이 비중이 90%를 넘는 것은 30대가 유일하다. 40대도 89.3%로 유사 흐름을 보였다.


한편 이번 조사는 아시아경제가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 지난 7월 12~16일 동안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4.38%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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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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