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스모그(Plastic smog)’는 바다로 유입된 폐플라스틱 입자가 일으키는 해양 오염을 일컫는다. 대기오염 물질로 하늘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인 ‘스모그(smog)’에 빗댄 표현이다.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 쓰레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작게 분해돼 스모그처럼 점차 바다 표면부터 바닥까지 뒤덮는걸 말한다.
미국 비영리단체 '5대 환류대 연구소(Five Gyres Institute)’ 창립자인 마커스 에릭센(Marcus Eriksen) 박사는 ‘플라스틱 스모그’란 용어를 만든 인물이다. 그는 미국 ‘탐험가들의 저널(The Explorers Journal)’ 2015년 여름호에 ‘플라스틱 스모그의 시대(The age of plastic smog)’란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직접 바다를 탐험하고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알렸다.
글 내용에 따르면, 에릭센 박사는 지중해 항해와 호주 일주 등을 통해 “5조2500억개의 플라스틱 입자, 26만9000t이 바다에 표류하는 플라스틱 오염의 양”이라고 추정했다. 또 “전체 해양 생태계에 다양한 농도의 독소로 가득 찬 ‘미세 플라스틱의 스모그’를 집단적으로 형성한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미세 플라스틱은 5mm 미만의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또 지난해 국제 과학 저널인 ‘프로스 원(PLOS ONE)’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는 “2019년 기준 171조개의 플라스틱 입자, 230만t이 전 세계 바다에 떠 있다”고 추정하고, 플라스틱 스모그 증가에 대한 긴급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2년 발표한 ‘글로벌 플라스틱 전망’에 따르면, 전 세계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에 그쳤다. 19%는 소각되고 50%는 위생매립지에 묻혔다. 나머지 22%는 관리되지 않는 폐기물 처리장에 버려졌다. 이 같은 폐플라스틱은 비와 바람, 배수로 등을 통해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해양 동물들은 시간이 지나 잘게 부서진 이들 플라스틱 입자를 먹이로 착각하고 섭취해 피해를 본다. 죽은 물고기 한 마리의 내장에서 플라스틱 조각 17개가 발견된 적도 있다.
먹이사슬 체계에 들어온 플라스틱 입자와 오염 물질은 결국 인간이 섭취하게 된다.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고서는 수산물을 통해 성인 1인당 하루 3.6개, 연간 1312개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2019년 세계 최대의 민간자연보호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은 1인당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이 매주 신용카드 1장 분량이라고 추산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인체로 들어온 미세 플라스틱은 체내 곳곳에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한국원자력의학원과 서울대·중앙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이 내이(內耳)를 손상시켜 청력 손실과 균형 감각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아울러 임신부와 아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탈리아 마르케 폴리테크닉대학교 연구진은 산모 34명의 모유를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영유아들이 미세 플라스틱에 흡착된 화학물질로 인해 행동·인지 발달 저하와 같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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