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의 여파로 전국 대학병원의 입원 및 수술이 급감하면서 실적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던 제약·바이오 업계가 2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2월 말부터 의정 갈등이 본격화한 만큼 2분기부터 실제 영향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됐는데, 우려를 극복해 낸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분기 실적 공시를 시작으로 연이어 실적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해 연 매출 4조원을 기록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2분기 분기 매출 1조원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Fn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매출 1조15억원, 영업이익 30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2%, 20.93%의 증가세를 예견하고 있다. SK바이오팜도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의 미국 내 매출 호조에 힘입어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실적 상승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기술수출 실적 없이도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연간 흑자 전환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들은 자사 의약품을 국내에서 판매하지는 않는 만큼 의정 갈등과 실적이 큰 상관관계가 없다. 그러나 국내 판매에 주력하는 제약사들도 역시 큰 매출 타격이 없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미약품이 가장 눈에 띈다. 2분기 매출 3882억원, 영업이익 5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3.3%, 68.6% 성장이 기대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마진 제품인 로수젯·아모잘탄의 지속 성장이 전망된다"며 "순환기용 치료제를 보유해 의료파업 영향에 제한적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분석했다.
입원 및 수술 환자 감소로 직접 타격이 예상됐던 수액 회사도 큰 영향은 없는 모습이다. HK이노엔은 오히려 수액 매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케이캡, 카나브 등의 베스트셀러 제품들이 성장하면서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 매출은 9.9%, 영업이익은 49.5% 증가할 전망이다. 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수액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1% 성장한 것으로 본다"며 "유통채널을 대형병원에서 2차 병원으로 바꾸며 의료파업 영향 최소화에 성공했다"고 봤다. 케이캡과 카나브의 판매 파트너사인 보령 역시 매출 2542억원으로 매출 신장을 이어가면서 올해 목표인 연 매출 1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파악되는 회사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의정 갈등의 영향으로 볼 수 있는 매출 감소는 나타나지 않았고, 제품 포트폴리오 조정이나 연구개발(R&D), 판매관리비 등의 다른 비용의 증가로 인한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으로만 예상된다.
종근당은 2분기 매출 3836억원, 영업이익 303억원이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2% 주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32.7%나 감소가 예견된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누비아가 지난해 3분기 특허 만료로 인한 약가 인하 영향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하락했고, 케이캡이 HK이노엔과 파트너십이 종료돼 제외됐다"며 "펙수클루, 고덱스 등 신규품목을 통해 매출 공백은 최소화했으나 이익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셀트리온도 매출은 7973억원으로 52.2%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731억원으로 60.0% 감소할 전망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과정에서 일시적 원가율 상승과 무형자산상각비 상각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유한양행도 R&D, 광고비 등 판매관리비 증가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25%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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