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9일 만에 군기 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숨진 육군 훈련병 박모씨 사건의 가해자인 중대장이 경찰 수사 유가족에게 사과한 가운데 유가족은 "진정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23일 MBC ‘PD수첩’에는 사건 발생 이후 유가족에게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던 중대장이 사망 25일째 되던 날 박씨의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가 공개됐다. 그는 구속의 갈림길에서 적극적으로 사과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7일 박씨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에서 중대장은 “먼저 깊이 사죄 인사를 드립니다”라며 “병원에서 뵙고 그 이후에 못 찾아봬 늘 죄송스러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한번 부모님을 만나 뵙고 싶은데 괜찮으신지요”라고 물었다. 이틀이 지난 19일에는 “어떠한 말씀을 드려도 위로가 안 될 거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정말 면목이 없다”면서 “제가 ‘그때 올바른 판단을 했더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면서 계속 그날을 되뇌며 깊이 반성하고 또 죄송한 마음이 가득하다”고 했다. 이어 “지휘관이 규정에 어긋난 지시를 했는데도 군말 없이 이행해준 아드님과 유가족분들에게 사죄하고 싶은데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씨 어머니는 “구속영장 청구한다고 한 날인가 그날도 문자가 왔다”면서 “저는 어떤 미안한 감이나 진정성이 없다고 믿는다. 25일이 뭡니까”라고 탄식했다.
지난달 19일 오전 강원 인제군 인제읍 남북리 인제체육관에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대 수료식이 열렸다. 체육관 입구에 최근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숨진 훈련병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한 수료식 참석자가 헌화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앞서 지난 5월23일 오후 5시20분께 강원도 인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박씨를 비롯한 훈련병 6명이 군기 훈련을 받았다. 이는 ‘얼차려’라고 불리는 가혹한 훈련으로, 박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이틀 만에 사망했다.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을 지시해 훈련병을 숨지게 한 중대장(27·대위)과 부중대장(25·중위)은 학대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중대장은 해당 훈련병 6명이 전날 취침 점호 이후 떠들었다는 내용을 중대장에게 구두 보고했고, 군기 훈련 승인을 받아 이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령에 따라 군기 훈련을 실시하기 전에는 대상자에게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해 사유를 명확히 하고 소명 기회를 부여해야 하는데 이 같은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 또 훈련병들의 신체 상태나 훈련장 온도지수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중대장은 경찰에 군기 훈련 규정을 어긴 점은 인정했으나 완전군장 지시 등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날 방송에서 목격자들은 “뉴스에 (완전군장의 무게가) 26㎏이라고 나왔는데 절대 아니었다. 성인 남성 혼자서 절대 멜 수가 없어서 옆에서 애들이 메줄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박씨와 동기들이) 한 바퀴 반쯤 돌았을 때 중대장이 ‘너희가 왜 얼차려 받는 줄 아냐. 너희는 중대장의 권위에 도전한 것’이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목격자는 박씨가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져 일어나지 못할 때도 중대장이 ‘빨리 일어나. 너 때문에 다른 애들 못 가잖아’라고 소리쳤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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