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과 운동에 예술 요소까지 결합한 ‘GPS 드로잉’이 저작물로 첫 인정을 받았다.
법무법인 덕수(대표 김형태)는 한국저작권위원회(위원장 강석원)가 5월 29일 GPS 드로잉 ‘강아지런’에 대해 편집저작물로서의 저작물성을 인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에 따라 ‘강아지런’은 저작물로 정식 등록을 마쳤다.
국내에서 GPS 드로잉이 저작물로 등록된 것은 처음이다. GPS 드로잉의 저작권을 인정 받으면서 창작자들의 권리 보호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GPS 드로잉(Global Positioning System Drawing)’은 GPS 장치를 사용해 미리 계획된 경로를 따라 특정 이미지나 텍스트 작품을 창작하는 행위를 말한다.
국내에선 아직 GPS 드로잉이 생소하지만 이 활동이 처음 시작된 건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부터 작업해온 영국인 제레미 우드와 휴 프리어가 시초로 꼽힌다. 둘은 GPS 단말기로 영국 런던 인근 노팅햄에 20㎞짜리 나비를 그렸다. 브라이튼 해변에서 자전거로 오가며 그린 대형 크루즈는 길이 68㎞, 영국 남부를 달리며 쓴 글자 ‘IF’는 112㎞에 달했다.
국내에서도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GPS 드로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20년 공개된 강아지런은 서울 종로의 경복궁, 북촌 한옥마을, 세운상가, 청계천, 광화문 일대를 달리는 코스다. 특히 러너(Runner)들 사이에서는 ‘댕댕런’이라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강아지런’ 저작권등록을 대리한 김상현(37·변호사시험 6회) 변호사는 “GPS 드로잉 창작자들이 SNS 등을 통해 주행 경로를 공개하자 아웃도어 브랜드업체 등이 상업적 목적으로 GPS 드로잉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창작물에 대한 권리 추정과 거래 안전을 도모하고 저작권 침해가 발생할 경우 법적 보호를 쉽게 받기 위해 한국저작권위원회에 ‘강아지런’에 대한 저작권등록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GPS 수신기가 시간대별로 위치한 장소의 위도·경도·고도 좌표 정보를 기록해 데이터로 저장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강아지 형상의 선을 시각화하는 ‘.?GPX’ 데이터 파일이 저작권법 제2조 제18호의 ‘편집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았다”고 설명했다.
편집저작물은 소재의 선택·배열 또는 구성에 창작성이 있는 편집물을 말한다.
다만 ‘강아지런’은 2차 저작물인 미술저작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저작권위원회는 “창작자가 좌표 정보 소재를 선택·배열·구성함에 따라 창작된 편집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해서 GPS 수신기에 그려지는 ‘강아지’ 모양은 그 자체로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는 회화 미술저작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GPS 드로잉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이 하나의 작품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GPS 수신기에 의해 시각화된 형상 자체도 2차 저작물로 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순규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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