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은 서울의 ‘녹색 축’이 가로지르는 도시가 돼야 한다."
조병수 건축가(조병수건축연구소 대표)는 11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용산은 걷기 좋은 녹색 도시를 만들기 위한 길목에 위치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가 그리는 서울의 모습은 도심과 도심이 자연으로 연결되는 일종의 ‘생태 도시’다. 조 건축가는 "서울의 자동차 길은 이미 다 연결이 돼서 내비게이션만 켜도 길이 이어지도록 안내를 한다"며 "하지만 녹색 공원은 걷다 보면 길이 끊어진다. 공원에서 공원으로 넘어가려면 찻길을 건너야 하고 다른 구역으로 넘어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걸어 다닐 수 있다면 도시 자체가 덜 뜨겁고 열도 덜 발산하는, 생태적인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밀도 있는 도시더라도 녹색, 자연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용산은 그가 구상하는 2개의 녹색 축이 교차하는 중심에 있다. 서울 전역을 자연으로 이어지게끔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용산은 북한산에서 북악산, 경복궁을 지나 세종대로를 쭉 타고 와서 노들섬 쪽과 연결이 된다. 이어 현충원, 관악산까지 지나는, 남북을 연결시키는 ‘녹색 축’ 상에 들어온다"며 "그러려면 북쪽부터 남쪽까지 연결시키는 축이 가장 먼저 생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용산을 가로지르는 가로축이 하나 더 만들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 건축가는 "도봉산 쪽에서 서울숲, 압구정동으로 연결해 남한산성까지도 연결될 수 있는 축이 하나 더 형성될 수 있다"며 "이 두 개의 축이 서울을 가로지르는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도시 건축에서 축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선’이다. 두 개의 큰 축에서 시작해 세세하게 마을과 골목길로 뻗어나갈 수 있는 녹색 길을 의미한다. 조 건축가는 "물이 스며들듯 자연도 스며들고 골목길도 이어지는 도시가 이뤄지면 좋겠다"며 "북한산부터 관악까지 이어지는 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3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았던 조 건축가는 당시 서울 전역을 자연으로 잇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그때 제안했던 개발 방식 중 하나가 지하화였다. 땅 위를 녹지 공원으로 조성하고, 땅 아래에 편의시설이나 주차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끔 하는 구상이다.
하지만 조 건축가는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규제 제한을 완화하는 등의 현실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건폐율, 용적률 제한을 풀어준다면 많이들 자연화된 건설 방식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실제 거주하는 사람들도 건물, 시설 등에 방해를 받지 않고 녹지공간을 쓸 수 있게끔 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생태화뿐 아니라 밀도 높은 도심에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그는 역설했다. 그는 "밀도가 높은 서울에서 앞으로 가장 중요한 건 좁은 땅을 어떻게 똑똑하게 사용하느냐의 문제"라며 "높게 지을 수 있되, 생태적으로 시민들한테 이익이 될 수 있는 건강한 공간을 만들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주거공간과 상업시설, 녹지공간이 편안하게 섞일 수 있도록 경계를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건축가는 "유럽 같은 곳에 가보면 강가에 상업시설과 아파트 주거단지가 섞여 있다"며 "우리나라처럼 아파트 단지를 블록화해서 막아놓은 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주거공간과 상업시설, 녹지공간이 편안하게 섞일 수 있도록 경계를 풀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국 도심 속 자연을 회복하기 위해선 공존을 바탕에 둔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 건축가는 강조했다.
"기술 개발과 자연은 상반되는 게 아니다.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는 방향으로 도시를 설계한다면 이전보다 부드러운 흐름으로 연결되는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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