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연착륙]전문가·업계 "방향성엔 동의…전통적 방식엔 우려"

新사업성 평가로 구조조정 '속도'…뉴 머니 최대 5조
"전체적 방향성 긍정적, 금융권 동원 지원책은 지적"

정부가 13일 내놓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을 위한 정책 방향과 관련해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방향성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정상 사업장과 부실 사업장에 대한 기준을 보다 구체화해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도 금융권을 동원해 PF 시장을 지원하도록 한 점은 바람직하지 않은 전통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안에 따라 전체 230조원 규모인 PF 사업장 중 5~10%가 재구조화와 경·공매를 통한 구조조정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은행과 보험업권을 중심으로 우선 1조원(최대 5조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해 3분기부터 집행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안을 두고 금융당국이 일관된 방향성으로 정책을 추진한다고 평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상 사업장을 중심으로 지원한다는 정부 대책의 방향성 자체는 이전과 동일하다”며 “우량 사업장을 선정하는 기준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용만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부실 사업장 정리가 지연된 감이 있으니 앞으로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현행 3단계인 평가등급을 4단계로 세분화해 사업성이 있는 사업장에 자금 부족 문제가 있다면 신규 자금을 넣어주고, 그렇지 않은 사업장은 빠르게 정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원본보기 아이콘

은행·보험업계를 중심으로 조성하기로 한 신디케이트론에 대해선 평가가 다소 엇갈렸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책임이 없는 곳에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시중은행과 보험사들이 지난해 이익을 많이 냈으니 저축은행 등을 지원하라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전통적 방법”이라며 “다만 PF 위기를 막아야 하고, 저축은행에 문제가 생기면 시중은행과 보험사 등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미리 방지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디케이트론이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캐피털 콜은 목표 투자자금을 한번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추가적인 자본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집행하는 방식”이라며 “은행이나 보험사가 위험상황을 보면서 (신규 자금 투입에) 참여할 수 있어 바람직하다”고 봤다. 이어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안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는 점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대책을 내놓은 전문가도 있다. 이용만 교수는 “부채를 자본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Debt-Equity Swap)’ 방식을 필요에 따라 고려해 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정부 대책은 신규 자금 투입 또는 경·공매 처리인데 그 중간 단계로 출자 전환이 있다”며 “미래에 성공할 것으로 보이는 사업장이라면 부채를 자본으로 전환해 건설사는 당장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금융사는 추후 지분에 따라 수익을 나눠 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원본보기 아이콘

업계에선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대해선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내보였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 뒀을 뿐 아니라 이익잉여금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어서 저축은행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디케이트론에 대해선 매각가격이 관건이라고 봤다. 그는 “‘뉴 머니’가 투입된다는 건 경·공매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일 텐데, 적정한 수준의 매각가격이 나와야 가능할 것”이라며 “은행·보험업계가 어떤 조건으로 경·공매에 참여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중앙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도할 계획이지만 금고·조합별로 이 지침이 얼마나 적용될지는 의문”이라며 “금고·조합별로 처한 상황이 워낙 다르고 관망하겠다는 분위기도 있다. 효과를 보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디케이트론 조성에 함께하기로 한 은행·보험업권은 1조~5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성실히 참여하겠다고 전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1조~5조원이 건설업계에 적다면 적은 돈이지만 은행권엔 충당금과 연결되기 때문에 영업이익에 직격타를 줄 수도 있다”며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대형 위기를 막기 위해 당국과 전 은행, 보험사가 준비했으니 대의적인 차원에서 함께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업성이 낮은 곳에 돈이 들어가게 되니 부담스럽다”면서도 “신디케이트론이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니 다양한 인센티브를 감안해 따라가겠다”고 언급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업권 및 회사별 부동산 PF의 실질 리스크는 다를 것으로 생각되지만, 금융당국의 부동산 PF 관리 방향과 금융권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대책 등에 성실히 협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험사가 투자한 부동산 PF 규모가 꽤 크다. 보험사도 당연히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