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가정의 달, 회한이 남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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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계단을 오르는 것도 힘겨워질 나이. 이중의 삶은 운명처럼 찾아온다. 누군가의 자녀이자 어떤 이의 부모가 된 삶. 가족의 연결은 또 하나의 연결을 잉태한다.


자녀가 또 하나의 부모가 되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은 대가가 뒤따른다. 어느새 굽은 어깨와 탄력을 잃은 피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에 세월의 고단함이 배어 있다.

삶은 이어짐과 끊어짐의 과정이다. 고통과 아픔을 견뎌내고, 이겨내며 연륜을 쌓아가는 건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평생의 동반자라 여겼던 어떤 이가 이미 세상을 떠난 뒤라면, 남은 이의 삶은 더 쓸쓸하다. 인간의 힘으로는 야속한 세월을 되돌릴 수도 없다. 찬란했던 청춘, 아련한 여운으로만 남은 그 기억을 떠올리며 버텨내려 하지만 몸도 마음도 더 힘겨워지는 삶이 버겁기만 하다.


어버이날인 2023년 5월8일 서울 서초구 양재화훼단지에서 카네이션이 진열돼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어버이날인 2023년 5월8일 서울 서초구 양재화훼단지에서 카네이션이 진열돼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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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 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가수 임영웅의 노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가 가슴을 울리는 이유도 그 때문 아니겠는가. 나이를 먹으면 왜 그토록 흘러간 노래를 찾게 되는지 깨달을 때가 되면, 삶의 여정은 황혼으로 향해 있다.


인간의 삶은 결국 외로움이라는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겨 넣은 세월이 몇 해이던가. 삶의 힘겨움을 극복하는 동력은 결국 사람, 특히 가족이다. 그런 의미에서 5월은 특별하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에 이르기까지 가족 의미를 되새기는 여러 기념일이 이어진다. 어린이날과 부부의 날, 성년의 날은 축복 의미가 더 강하다. 반면 어버이날은 여느 기념일과 다르다. 그 단어를 떠올리면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평소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던 카네이션 꽃과 화분을 둘러보는 자기 모습을 보며 그날이 돌아왔음을 깨닫곤 한다. 그런 행동으로 자식이 된 도리를 다했다고 여길 때가 많지만, 마음 한구석 허전함을 감출 수는 없다. 가정의 평온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기에.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 않는다. 나이에 따라 시간을 대하는 감정은 다르다. 언제나 넉넉한 품을 내줄 것 같은 부모가 1년 뒤에도 여전히 자기 곁에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게 인간사(人間事) 아니던가. 모두가 아는 그 평범한 진리를 잊고 지내며, 소중한 시간을 속절없이 떠나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삶의 회한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그리 거창한 실천이 필요한 건 아니다. 만약 타지에 살고 있다면,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반가움의 목소리를 느끼고 전하는 시간. 음성의 기운이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자기 마음속의 무엇인가를 자극한다면, 주말을 맞아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어떨까. 단지 얼굴을 마주하는 것으로도 삶의 공기는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식탁에서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부모님은 삶의 깨어남을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청춘의 세월, 고단한 삶을 견뎌낸 부모일수록, 자식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 부모일수록 효과는 더 극적으로 다가온다. 가슴 먹먹하게 하는 그 기운은 자식에게 전이된다. 함께 살아간다는 게, 하나의 공간에서 호흡한다는 그 자체가, 바로 인생의 행복이라는 것을 공유하기에.





류정민 사회부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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