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주 핵무기 배치 금지 결의안 거부…美 "이해할 수 없어"

美 "러, 대체 무엇을 숨기나"
러 "정치적이며 어리석은 안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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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미국이 제안한 우주 핵무기 배치 금지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러시아의 위성요격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해왔던 미국이 크게 반발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정치적인 안건이라며 미국을 비난했다. 우주공간의 군비경쟁을 금지했던 1967년 우주조약이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미국과 러시아간 충돌이 우주까지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유엔 뉴욕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과 일본이 제안한 우주공간에서의 대량살상무기 및 위험한 핵무기 사용 경쟁을 금지하는 결의안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해당 결의안은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13개국이 찬성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반대하고 중국은 기권하면서 최종 부결됐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에 크게 반발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주 유엔 미국대사는 안보리 투표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주공간에 핵무기를 배치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했는데 이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러시아가 다른 의도를 숨기고 있는게 아닌지 의문을 낳게 한다"며 "단지 기존 규칙을 재확인하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우주공간에서 대량살상무기의 배치를 막는 것은 1967년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체결된 국제조약인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

)'에 이미 포함된 내용이다. 미국은 해당 조약이 준수되는 것을 확인하는 수준의 결의안을 러시아가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결의안 자체가 미국의 정치적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며 오히려 미국을 맹비난했다. 바실리 네벤지아 주 유엔 러시아 대사는 "매우 정치적이며 어리석은 안건"이라며 "우리는 모든 종류의 무기를 우주공간에 배치하는 것을 금지하길 원한다. 우주평화 유지를 위한 자체 결의안을 만들어 이사국들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모든 국가가 우주공간에 무기를 배치하거나 무력위협에 사용하는 것을 영원히 방지한다는 내용의 수정안을 제안했지만, 해당 안건도 안보리에서 부결됐다. 미국과 러시아 양측 제안이 모두 부결되면서 사실상 우주조약 자체의 기반이 크게 흔들리게 됐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미국과 러시아 양국은 우주 핵무기 배치 금지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대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1일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우리측에서는 모든 수준에서 철저히 의견을 제시했으며, 우주에는 어떠한 무기도 있어선 안되고 공격무기도 없어야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서방 정보당국이 제기했던 러시아의 위성요격무기 사용 우려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2월 러시아가 위성요격용 핵무기를 개발 중이며, 우주공간 상에서 위성을 향해 전자기펄스(EMP) 공격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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