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갑옷 입은 이순신 장군이 슬롯머신에? …'애국 슬롯' 불법 유통

온라인 도박 불법인데도 유통·홍보

호국 영웅 충무공 이순신(1545∼1598) 장군에게 중국풍 갑옷을 입힌 도박 게임이 등장해 논란이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게임사 '프라그마틱 플레이'가 지난해 9월 온라인 슬롯머신 게임 이순신(Yi Sun Shin)을 출시했다. 이 게임은 국내 사설 도박 사이트 버젓이 유통 중이다. 국내에서 온라인 도박은 불법이다.

이순신(Yi Sun Shin) 슬롯머신 게임 [사진출처=홈페이지 캡처]

홈페이지에 공개된 데모 버전에는 이순신이 중국풍 갑옷을 입고 있다. 거북선, 활, 방패, 연, 대포가 슬롯에서 돌아간다. 게임머니를 따면 "이순신이 돌아왔다", "오늘을 기다렸습니다", "승리는 나의 것이다" 같은 한국어 멘트가 나온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해외 게임사에서 제작한 도박 게임에 대한민국 영웅인 이순신 장군이 등장하는 것은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향후 게임사 측에 항의해 이순신 장군을 뺄 수 있도록 조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순신에게 중국풍 갑옷을 입혀 도박 게임에 등장시킨 것도 비판 대상이지만, 국내에서 온라인 도박은 불법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게임을 제작한 '프라그마틱 플레이'는 영국 도박 위원회(UGC)의 라이선스를 받은 카지노 게임 전문 제작사다. 영국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카지노나 스포츠 베팅 영업이 합법이다. 하지만 카지노 영업이 불법인 국내에서도 홍보·유통되고 있다. 유튜브에도 한국어로 제작된 관련 영상이 수십 개다. 심지어 이 게임이 '애국 슬롯'이라고 홍보하는 업체도 있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2년 불법 도박사이트 심의는 총 5만3183건으로 집계됐다. 시정 요구까지는 외부 기관 요청 건 기준 평균 56일이 걸렸다. 가장 오래 걸린 사례는 접수 이후 465일, 약 15개월이 소요됐다.

방심위에 신고·접수된 불법 도박사이트는 2022년 12만7732건으로 2019년(9만4253건)과 비교했을 때 3년 만에 약 35％ 증가했다. 이 기간 온라인 불법도박 시장 규모는 약 55조 원에서 약 70조 원으로 약 27％ 늘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