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환희가 지나간 다음, 자녀가 성인이 되어 결혼해서 둥지를 떠나는 시기가 찾아와 인생의 분주함과 소란스러움이 가시고, 몸도 그간의 노동에 지쳐서 낡은 안락의자와 난롯가를 휴식의 공간으로 삼게 되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기댈 사람은 자신밖에 없습니다. 책을 멀리했거나, 중요한 시사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거나, 자신이 목격한 혁명의 완성을 지켜보는 관심이 없다면, 얼마 못 가 노망이 들게 됩니다. 정신적 능력을 좀 더 충분히 개발하고 계속 머리를 쓸수록 주변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는 기간이 길어집니다.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한 여성이 교육제도를 규제하는 법률, 감옥과 수감 제도에 대한 규율, 가정, 공공건물, 주요 도로의 상태, 상거래, 금융, 외교 관계 등에 관한 관심을 비롯해 이런 다양한 문제나 그 일부라도 책임감을 느낀다면 적어도 그 여성의 고독은 존중받게 되고 순전히 재미로 하는 험담이나 추문의 대상으로 소비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인간의 모든 의무와 기쁨을 알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런 식으로 자기 계발을 할 수 있고, 거기서 발생한 자원으로 언젠가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마련인 고독과 괴로움을 덜기 위해서입니다.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시간의 흐름과 영원 속에서 기쁨과 슬픔을 겪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남성이 투표와 종교의 왕좌에 올라앉아 여성을 대신해 투표권을 행사하고, 교회에서의 기도를 대리하고, 가족 제단에서 '대제사장'의 지위를 독차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주제넘은 행동이 아닙니까?
개인적인 책임이야말로 한 사람의 판단력을 키우고 양심을 자극합니다. 상속, 재산, 가족, 지위로 얻은 인위적인 성취가 아닌, 개인의 가치로 받게 되고, 어디서나 인정되는 동등한 위치에 대한 권리인 자기 주권을 인정하는 행위야말로 가장 존엄한 행위입니다. 남성과 여성 둘 다 짊어져야 할 삶의 책임과 운명이 같다고 가정하면, 시간과 영원에 대한 준비도 같아야 합니다. 무시무시한 풍파로부터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 재커리 시거 엮음, 박산호 옮김, 인플루엔셜, 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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