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들의 끼니와 생활필수품을 챙겨주느라 월급의 3분의 1(약 100만원)을 지출한다는 경찰관의 훈훈한 사연이 전해졌다.
28일 동아일보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대림지구대 이성우 경감(56)이 장장 9년간 인근 노숙인들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보도했다. 그는 비번인 날에는 약 100만원의 사비를 들여 노숙인을 만나 생필품을 지급하고, 보증금이 없는 셋방을 알아봐 주기도 한다.
1992년 경찰이 된 이 경감은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주로 근무하며 노숙인이 얽힌 사건·사고, 그중에서도 절도 등의 생계형 범죄를 자주 접했다고 한다. 이후 2016년쯤 서울 동작경찰서 노량진지구대로 배속된 그는 '노숙인도 당장 굶주림과 추위를 피할 수 있다면 범죄로부터 멀어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관내 지하철역 등에 모여 사는 노숙인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 경감은 지난 8년간 노숙인 25명에게 거처를 구해주기도 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월세를 대신 내주기도 했지만, 상시 교류하는 노숙인이 15명으로 늘어 월세 지원은 어려워졌다고 한다. 하지만 한때 노숙인이었던 이들이 새로운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수시로 집에 방문하여 밥을 차려주거나, 중고 가전제품을 지원해주고 있다.
이 경감은 "노숙인을 도울 때는 '받은 만큼 베풀고 자립해 달라'고 당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노숙인도 생겨나고 있다. 과거 노숙인이었던 A씨(47)는 이 경감의 도움으로 알코올 의존증을 이겨내고 인근 주민센터에서 공공근로에 참여하며 생계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됐고, 다른 노숙인들에게 밥값을 주기도 한다. A씨는 "경찰관님과 일주일에 2, 3차례 꾸준히 만나며 힘을 얻었다"며 "나도 생활이 더 좋아지면 주변을 도우며 살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이 경감은 지난 2020년, 60대 어머니가 지병으로 숨진 이후 30대였던 발달장애 아들이 노숙을 시작하게 된 '방배동 모자' 사건 당시에도 출동하여 사건을 해결했다. 이후 이 경감은 소외계층을 더 전문적으로 돌보기 위해 사회복지사와 장애인활동지원사 자격증도 취득했다고 한다.
이 경감은 "(노숙인을 지원하는 비용은) 내 형편에도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만한 보람이 있다"며 "노숙인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선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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