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홈쇼핑 송출수수료, 언제까지 방치할건가

홈쇼핑 업계 vs 유료방송사업자 수수료 전쟁
홈쇼핑 업계 고사 위기…방송산업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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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개입해서 기업 간 수수료율을 정해 주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잖아요, 합의가 되지 않을 때 중재하는 것이 최선이죠.”


TV홈쇼핑 업체와 유료방송사업자(종합유선방송, IPTV) 간 송출수수료 협상이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정부 측 관계자가 기자에게 되풀이했던 말이다. 처음에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송출수수료율은 두 사업자 간 협상으로 해마다 정해지는데, 정부가 끼어들 명분은 없다는 설명은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 업계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늘었다. 2022년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2018년 TV홈쇼핑 전체 매출액 중 송출수수료 비중은 47%였지만, 4년 만에 65%로 훌쩍 뛰었다. 홈쇼핑을 통해 100원을 벌면 65원을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떼어주는 것이다. TV홈쇼핑 업계가 호황일 때도 울며 겨자 먹기로 지불했지만, TV 시청자가 급격히 줄어든 최근에는 홈쇼핑 업체들을 고사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실제 홈쇼핑 업체들의 방송사업 매출액은 최근 4년간 3조7000억원 안팎의 제 자리인데 영업이익은 계속 뒷걸음 중이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90% 가까이 줄었고, 현대홈쇼핑도 45%나 감소했다. 업계 선두인 GS홈쇼핑과 CJ온스타일도 각각 17.%와 3.8%가량 감소했다. 그나마 두 기업은 TV 홈쇼핑 매출이 줄면서 e커머스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선방했다. 이들 홈쇼핑 업체는 지난해 실적 부담과 TV 시청인구 감소를 이유로 방송중단(블랙아웃) 카드를 꺼내 들며 송출수수료 인하를 요청했다.


홈쇼핑 업체와 유료방송사업간 송출수수료 갈등이 심화되면, 사업 중단 등 시장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방송산업의 구조적인 붕괴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료방송사업자는 홈쇼핑 업체들로부터 거둬들인 수수료 매출로 지상파·종편 방송사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게 콘텐츠를 사용한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의 전체 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은 2018년 35%에서 2022년 42%까지 확대됐다. 홈쇼핑 업체들이 사업을 중단할 경우 방송산업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은 시장 실패와 이로 인한 공공의 이익이 훼손되는 것이다. 매년 발생하는 수수료 갈등은 갈수록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정부의 개입은 불가피하다. 정부가 수수료 체계를 수술대에 올려놓고 전면적으로 손을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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