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의 최장수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전후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이제는 다음 세대의 리더십을 위한 시간"이라는 게 공식적인 사퇴의 변이나 최근 겪은 건강 문제와 차기 공화당 대선 주자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27년 1월까지 남은 의원직 임기는 마치겠다고 했다. 현지 언론에선 매코널 원내대표의 퇴장 선언을 "한 시대의 종료를 알리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1942년 앨라배마주 셰필드에서 태어난 매코널 원내대표는 1967년 켄터키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법무부 장관 보좌관으로 일하다 1984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켄터키주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지원 유세를 온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그의 이름을 잘못 부를 정도로 당 내 존재감이 크지 않았지만 이후 2020년 선거까지 계속 당선되면서 연방 상원의원으로만 무려 7선에 성공했다. 2007년부터는 공화당의 상원 원내대표도 겸하고 있다.
현재 공화당 내에서도 손꼽히는 보수 인사지만, 정계 입문 초기에는 낙태나 공무원의 노조 결성에 찬성하는 발언을 하며 공화당 내 온건성향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보수화되면서 로이건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전통적 보수주의의 대표 주자가 됐다는 평가다. 그가 최근 상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에도 민주당과 협력해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안을 가결 처리한 것도 ‘자유주의’와 ‘국제관계’를 중시하는 전통적 보수주의 이념에 기반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그렇다 보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세워 공화당 내 새로운 주류로 떠오른 고립주의자들과의 관계는 좋지 못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2020년 12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가 사기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았고, 2021년 1월6일 의회 폭동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지금까지도 대선 후보로 출마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선언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선 공화당 내 최장수 리더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저승사자’라고도 불린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오바마케어 입법이나 이민개혁 행정명령, 기업세제 개혁안 등 각종 의제를 놓고 대립한 영향이 컸다. 연방 판사 임명도 그의 벽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2016년 2월 대법관 앤터닌 스캘리아가 세상을 떠나고 3월 오바마 대통령이 메릭 가랜드 후보자를 후임으로 지명하자 임기 1년밖에 남지 않은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반영할 수 없다며 맞선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그는 2020년 9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50일도 남기지 않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에이미 코니 베럿 연방 대법관 후보자의 인준엔 찬성하며 ‘내로남불’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인연도 깊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1985년 상원의원이 된 뒤 바이든 대통령과 당적은 달랐지만 ‘파트너십’을 맺어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이었던 2011년 7월 국가채무 디폴트 위기 때 협상 타결을 주도한 적이 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바이든 당시 부통령이 임기를 끝낼 무렵 "당신은 진정한 친구였고 신뢰받는 파트너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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