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용어]주주가치 확대 or 기업 사냥꾼?…'행동주의 펀드'

내년 초 상장법인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배당제도 개편 이후 처음 개최되는 정기주총인 만큼 기업 지배구조 개선, 주주권리 확대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상법상 주주제안 안건은 주주총회 실시 6주 전까지 전달돼야 하는데, 대부분의 주총이 3월에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1~2월 중에 안건이 접수돼야 한다.


행동주의 헤지펀드(activist hedge funds)란, 일정한 의결권을 확보하고 기업에 자산 매각이나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자회사와 계열사의 보유 지분 매각,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해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헤지펀드를 말한다. 단순히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닌 투자한 기업의 경영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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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두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확대에 기여한다는 찬성론이 있는 반면, 단기 차익만을 노려 기업의 경영권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부정적 입장도 함께 존재한다. 이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를 '기업 사냥꾼'으로 부르기도 한다. 국내에 알려진 대표적인 행동주의 펀드로는 2003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경영권에 개입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 2004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며 소송을 제기했던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을 들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물산 지분 0.62%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탈은 삼성물산의 주가가 저평가되고 있는 상황을 강조하면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여기에는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이사회 다각화 ▲리더십 강화 ▲특정 사업부문 매각 ▲지주회사 전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는 이달 초 KT&G를 상대로 사장 후보 선임 절차를 개선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FCP는 KT&G가 매출은 40% 성장한 반면 영업이익은 오히려 17% 감소해 동종업계와 영업마진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차기 사장 후보에 대해서는 검증 기간을 충분히 갖고 외부에 후보 자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8월 현대엘리베이터에 지배구조 개선을 담은 주주서한을 발송했던 KCGI자산운용은 9월 ESG동반성장 펀드를 출시하는 등 행동주의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KCGI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 이상을 취득하고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의 이사 적격성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서자, 현 회장은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모두 사임한 상태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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