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은 급격한 호르몬 변화…임신부 괴롭히는 '입덧' 치료길 열려

메스꺼움·구토 유발하는 GDF15 호르몬
임신 전·후의 수치 변동 폭이 입덧 여부 결정

임신 초기에 임신부들이 느끼는 메스꺼움과 구토를 흔히 입덧이라고 부른다. 입덧을 겪는 임신부는 식사량이 줄면서 체중이 급격히 감소한다. 또 입덧이 심한 임신부의 경우, 탈수 증상을 겪을 수 있으며 이는 태아 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현재까지 입덧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마땅히 없고 수액을 투여해 영양 보충을 하는 방법이 유일한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입덧을 유발하는 호르몬이 규명돼 치료법 개발의 길이 열렸다.

14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스티븐 오라힐리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임신부의 메스꺼움 및 구토와 성장분화인자15(이하, 'GDF15') 호르몬의 관계를 살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입덧이 심한 임산부의 경우, 탈수 증상을 겪을 수 있으며 이는 태아 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사진=아시아경제DB]

입덧이 심한 임산부의 경우, 탈수 증상을 겪을 수 있으며 이는 태아 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사진=아시아경제DB]

원본보기 아이콘

연구진은 임신부 120명의 혈액을 분석해 호르몬 수치와 입덧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GDF15' 호르몬이 높은 경우 입덧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GDF15는 주로 태아가 만드는 호르몬으로 임신을 할 경우 수치가 크게 늘어났다. 반면 임신 전부터 GDF15 호르몬 수치가 높았던 여성의 경우, 임신 후에 입덧을 겪는 비율이 낮았다. 이는 유전자 변이로 평소 GDF15 수치가 높아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GDF15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입덧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동물 실험도 함께 진행했다.

연구진은 생쥐에게 GDF15를 투여한 후 교배해 입덧으로 인한 체중 감소가 나타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임신 전에 GDF15에 노출된 쥐는 입덧이 나타나지 않았고, 음식 섭취나 체중에도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GDF15를 투여하지 않은 생쥐는 입덧을 겪으며 식사량과 체중이 감소했다.


이에 연구진은 평소 GDF15 수치가 낮은 여성이 입덧을 겪을 확률이 높으며, 내성을 갖게 해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연구진은 GDF15가 뇌에 결합하지 못하도록 하는 항체를 이용한 임상시험도 2건 진행하고 있다.


오라힐리 교수는 "입덧을 일으키는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명확한 표적을 갖게 됐다"며 "임신 전에 GDF15 수치를 높여 내성을 갖게 해 입덧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라힐리 교수는 "입덧이 심한 여성은 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하기도 한다"며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통해 임신부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