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엉터리 식품 정보가 소비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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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풍성하고 화려한 식탁에 앉은 소비자가 식품의 안전성을 믿지 못해 불안에 떨고 있다. 몸에 해로운 식품첨가물 범벅이라는 가공식품이나 기계적으로 조리한 패스트푸드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말끔하게 포장된 신선식품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식품의 생산·유통에서 철저하게 차단되고, 정부·언론·기업·전문가가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버린 탓이다.


불량 식품과 식품 괴담에 시달리는 소비자를 탓할 수는 없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챙기겠다고 인륜을 저버리는 타락한 식품기업과 정체불명의 엉터리 ‘과학’만 강조하는 전문가를 동원해서 소비자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황색 저널리즘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제 소비자는 탄수화물도 마약처럼 ‘중독’을 걱정하고, 디저트도 ‘제로’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발암물질이 복어 독보다 무섭다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소비자에게 무작정 ‘안전’을 외치기보다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주장은 공허한 공염불이다. 아무도 소비자를 안심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과 고위 관료가 떠들썩한 시장에서 ‘먹어도 된다’고 외치는 볼썽사나운 시식 행사가 고작이다.


소가 들어도 웃을 엉터리 식품 정보를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 ‘어떤 식품에 어떤 성분이 몸에 좋다’는 주장은 황당한 억지일 수밖에 없다. 우리 몸은 아직도 구석기 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주장은 제대로 된 진화론의 결론이 아니다. 과학적으로는 물론 윤리적으로도 신뢰하기 어려운 엉터리 학술논문으로는 소비자를 안심시킬 수 없다. 식품의 효능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나타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만고불변의 상식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이 외치는 ‘식약동원(食藥同原)’은 ‘식품표시광고법’에 어긋나는 불법 주장이다. 요거트가 코로나19에 특효가 있다고 외쳤던 식품기업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사실 식품의 의학적 효능을 밝혀내는 일은 식품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커피의 효능이나 부작용을 밝혀내는 것을 식품과학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우리의 실정법에서는 영양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식품’과 질병의 예방·치료에 사용하는 ‘의약품’은 명백하게 구분한다. 심지어 지역 특산 농산물의 의학적 효능을 강조하는 인터넷 광고도 단속 대상이다.

식품과 의약품의 경계선에서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강기능식품’ 제도도 획기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신뢰할 수 없는 허접한 학술논문이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과학적 근거라는 주장은 억지일 수밖에 없다. 천일염·죽염을 전통 소금이라고 규정하고, 간장의 제조방법까지 규정한 ‘식품공전’도 정리해야 한다. ‘화학적 첨가물’과 ‘천연 첨가물’을 구분해서 식품첨가물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악화시켰던 ‘식품첨가물공전’도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안심’하도록 해주는 묘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식품과학에서 엉터리 식품 정보를 확실하게 정리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노이즈·공포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불량 식품기업을 확실하게 퇴출하고, 억지 괴담을 퍼트리는 황색 저널리즘을 부추기는 무자격 선무당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확실한 전문성을 갖춘 건강한 식품과학이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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