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없음' 종결 서이초 사건…정보공개 미루는 경찰

경찰, '제3자 의견청취' 이유로 계속 연기
교사들, 진상규명 수사심의 촉구 예정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숨진 사건이 '혐의없음'으로 수사 종결된 데 대해 유족 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경찰이 이를 미루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서이초 교사 유족 측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정보공개청구 결정 기간을 연기하면서 '제3자의 의견 청취나 심의회 개최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에 유족들은 다음 달까지 다시 공개 여부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서이초 교사 사망과 관련해 범죄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18일 고인이 사망한 지 4개월이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숨진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일인 지난 9월4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헌화대에 한 시민이 꽃을 놓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숨진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일인 지난 9월4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헌화대에 한 시민이 꽃을 놓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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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당시 브리핑에서 "고인은 작년 부임 후 학교 관련 스트레스를 겪어오던 중 올해 반 아이들 지도, 학부모 등 학교 업무 관련 문제와 개인 신상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에서 사망 동기로 제기한 학부모의 지속적 괴롭힘이나 폭언·폭행, 협박 등의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유족 측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학부모와 참고인 진술조사'와 '고인과 연필사건 학부모 사이의 통화 및 문자 수발신 목록'을 보여달라며 지난 13~14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연필사건은 지난 7월12일 고인이 맡았던 학급의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그은 사건으로, 이와 관련해 학부모들이 고인에게 여러 차례 연락해 고인이 어려움을 겪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고인은 7월18일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러나 유족 측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서초경찰서는 정보공개청구 결정 기간의 마지막 날인 24일까지 해당 자료를 유족 측에 전달하지 않았다. 관련법 상 정보공개청구의 결정 기간은 10일 이내이며,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만 10일 범위에서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서이초등학교 사망 교사의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문유진 변호사가 지난 8월31일 강남구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순직유족급여 청구서를 접수하기 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서이초등학교 사망 교사의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문유진 변호사가 지난 8월31일 강남구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순직유족급여 청구서를 접수하기 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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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 대리인인 문유진 변호사는 경찰이 정보공개를 미루는 이유로 내세운 '제3자 의견청취' 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문 변호사는 "(경찰이 의견을 청취할) 제3자가 가해자라면 그 의견을 청취해 정보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경찰이 '혐의없음' 발표를 한 다음, 정보마저 공개하지 않는다면 고인의 부모는 평생을 진실을 모르는 안개 속에서 살면서 응어리를 풀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교사 단체인 '전국교사일동'은 오는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서이초 사건 진상 규명 등을 촉구하는 교사 및 시민 12만5000명의 서명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들은 서울경찰청에 서이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 심의'를 열 것 또한 촉구할 계획이다. 수사 심의는 경찰 수사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피해자나 대리인 등이 신청할 수 있으며, 심의·의결은 경찰수사심의위원회가 한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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