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9명 "재택근무 만족"…직급 높을수록 "비효율" 판단

직장갑질119, 직장인 1000명 대상 조사
상위 관리자, 33%만 "재택 효율적"

재택근무 경험자 10명 중 9명은 재택근무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반 사원과 실무자급의 절반 이상이 재택근무가 효율적이라고 답한 반면 이에 동의한 상위 관리자급은 30%에 불과했다.


29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은 지난달 4일부터 11일까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재택근무를 경험한 응답자 191명 가운데 88%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원본보기 아이콘

이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 응답자의 90.9%, 30대 91.8%, 40대는 91.5% 등 20~40대 전반에 걸쳐 만족했다는 답변의 비율이 90%를 넘겼다. 반면 50대의 재택근무 만족도는 80.6%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10%포인트(p)가량 낮았다. 재택근무에 만족했다는 응답은 성별, 고용 형태, 직업, 직장 규모, 직급과 상관없이 모두 80% 이상이었다.

재택근무의 업무 효율성에 대해서는 재택근무 경험이 있는지와 연령, 직급 등에 따라 의견이 엇갈렸다.


재택근무 경험자의 70.2%가 재택근무가 효율적이라고 답했지만, 재택근무 미경험자들은 이에 비해 20%p나 낮은 50.3%만이 재택근무가 효율적이라고 응답했다. 즉 재택근무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재택근무의 효율성에 대해 더 많은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택근무 경험이 있는지를 따지지 않고 재택근무 업무 효율성을 묻자 응답자의 54.1%가 효율적이라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20대(66.5%)와 30대(62.9%)가 60%를 넘겨, 40%대를 기록한 40대(46.6%)와 50대(46.8%)보다 재택근무의 효율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시 말해 직급이 높을수록 재택근무가 비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는 셈이다.

직급별로 나눠보면 일반사원급(59.4%)과 실무자급(54.2%)은 절반 이상이 재택근무가 효율적이라고 답했으나, 상위 관리자급은 33.3%만이 재택근무가 효율적이라고 응답했다. 중간 관리자급도 43.1%만이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이와 함께 직장갑질119는 재택근무와 관련한 다양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도 전했다. 재택근무와 관련한 대표적인 괴롭힘 유형으로는 재택근무 사용 통제와 재택근무 감시 및 차별이 꼽혔다.


한 제보자는 "재택근무를 할 때 상급자가 퇴근 이후 업무를 지시하곤 한다"며 "처음에는 재택근무의 이점 때문에 아무 말 없이 일했지만 몇 번 반복돼 참지 못하고 저녁 약속이 있다고 하자 야근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회사가 제게 퇴직 강요를 해왔고, 자진 퇴사를 하지 않자 징계했다"면서 "자율 재택근무제를 실시하는 회사인데 저만 징계 이력을 이유로 들어 재택근무 시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똑같은 정규직인데 근무 형태가 재택근무라는 이유만으로 사용자가 추석 상여금을 미지급하는 등 차별을 하고, 업무 성과를 폄하하며 임금 삭감을 종용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대해 직장갑질119 권두섭 변호사는 "재택근무 도입과 변경 시 노동자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하고, 제보 사례에서 보듯이 노동자 감시와 과도한 통제가 수반되지 않도록 법에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