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달간 60여개국 정상 만나 엑스포 유치 총력전…"외교사 처음"

유엔총회 계기 美방문 기간 40여개국 정상 만나
릴레이 정상회담 위해 장소·인력 총동원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미국 뉴욕 방문 계기로 사흘간 총 28개국 정상과 별도로 만나 회담·오찬을 개최했다. 추가로 열릴 12개국 개별 정상회담 등을 포함하면 최근 한 달간 총 60개 이상의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셈이다. 회담 상대국을 별도로 만나 1대1 맞춤 협력을 제시해 두 달 후 열릴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최종투표에서 지지를 최대한 끌어모으기 위한 행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20일(현지시간) 뉴욕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에서 "사전에 내용과 형식 면에서 치밀하게 검토한 전략에 따라 추진됐다"며 윤 대통령의 양자회담과 배경 등을 소개했다. 김 차장은 "이번 순방 양자회담은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양자회담 상대 국가를 선별했다"며 "부산 엑스포를 매개로 협력관계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나라들로 선별했고, 오찬 만찬을 할지 등 최대한 원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심사숙고해 만남의 형태를 결정했다"고 했다. 정상회담 대상 국가뿐만 아니라 양자회담, 1대1 오찬, 그룹별 오·만찬 등 형식 등 모두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전략에 맞춰 심사숙고했다는 취지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 첫날인 18일(현지시간)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9개국 정상과 연쇄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 첫날인 18일(현지시간)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9개국 정상과 연쇄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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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회담 장소도 유엔총회가 열리는 유엔본부와 가까운 우리 주유엔 대표부 건물로 정했다. 유엔본부에서 걸어서 이동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활용했다는 게 김 차장의 설명이다. 특히 대표부 건물을 통째로 엑스포 홍보관처럼 꾸몄고, 2층에 회담장 2곳 이상을 설치해 연쇄 정상회담이 지연되지 않고 제때 열릴 수 있도록 준비했다. 각 정상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과 오·만찬 장소도 내부에 따로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회담 일정이 밀리지 않도록 우리 의전 요원들의 유엔본부 일대에 파견돼 상대방 정상을 제시간에 모셔오는 '첩보 작전'을 온종일 수행했다고 김 차장은 소개했다.


이달 초 열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20개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가진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7시간 동안 9개국 정상회담을 진행했고, 전날에는 8개국 정상과 만났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스위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키르기스스탄, 모리타니, 콜롬비아, 헝가리, 이스라엘, 태국, 불가리아, 그리스, 에스와티니 등 11개국 정상들과 회담을 했다. 귀국 전까지 12개국 정상을 추가로 만날 예정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이번 방미 기간 총 40개국 정상과 마주 앉는 것이다. 이 가운데 몬테네그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산마리노, 북마케도니아, 부룬디, 모리타니, 에스와티니, 네팔, 아이티 등 9개국은 수교 이래 첫 정상회담을 열고 농업·디지털 전환·에너지 협력 등을 논의했다.


김 차장은 "엑스포 유치 외교는 과정 그 자체로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 외교 기조를 함축한다"며 "엑스포의 무대는 글로벌이고 지향점은 연대를 통한 자유로운 소통으로, 이번 외교전은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국제사회에 돌려주면서 책임 있게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하고자 함이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한 달 동안 60개의 양자 회담, 10개 이상의 다자 회담을 치른 대통령은 지난 100년 동안 세계 외교사에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고 역설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미국 방문 전 "한 달 안에 가장 많은 정상회담을 연 대통령으로 기네스북 등재를 신청해볼 생각"이라고 했던 것을 취소했다. 고위 관계자는 "정치, 외교, 정무 문제는 기네스북에 등재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위한 각종 공적개발원조(ODA) 계획을 홍보하고,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각국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위한 각종 공적개발원조(ODA) 계획을 홍보하고,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각국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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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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