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우크라 무기지원 중단"…곡물문제로 갈등 격화

"물에 빠진 자가 구조자 익사시키는 꼴"
우크라 농산물 금수조치 연장에 분쟁심화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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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의 주요 집결지인 폴란드가 앞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의 확전 우려 속에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던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양국 관계는 우크라이나 농산물에 대한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의 금수조치가 연장되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폴란드 정부가 앞으로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을 아예 차단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전황이 다시 러시아에 유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폴란드를 더 현대적인 무기로 무장해야 한다"며 "우리는 더 이상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이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폴란드는 그동안 러시아 인접국으로서 우크라이나에 적극적인 군사지원을 해온 나라이자 우크라이나로 지원될 서방의 군수물자가 집결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의 폴란드 경유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군사지원까지 모두 중단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흑해 곡물협정을 탈퇴해 곡물수출길이 가로막히면서 인접한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육로와 수로를 통한 우회 곡물 수출량을 크게 늘렸다. 이 여파로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의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자 폴란드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곡물수출로상에 놓인 국가들은 유럽연합(EU)의 승인으로 우크라이나산 곡물의 금수조치를 인정받았다.

해당 조치는 지난 15일 기한이 만료됐지만, 폴란드와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이 자국 농민 보호를 이유로 금수조치를 연장한다고 발표했고, 이에 우크라이나가 이들 국가를 세계무역기구( WTO)에 제소하며 크게 반발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우크라이나는 폴란드와 동유럽 국가들의 곡물 금수조치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유럽에서 우리의 친구 중 일부는 정치적 연극으로 결속해 러시아가 무대를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곡물 금수조치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에 폴란드 정부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폴란드 외교부는 바실 즈바리치 주바르샤바 우크라이나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도 "우크라이나가 폴란드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물에 빠진 사람이 구조자도 끌어당겨 익사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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