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만나려 3박4일 열차 탄 김정은…최소 2천300㎞ 이동

평양~하산~하바롭스크~아무르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 장소로 유력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평양에서 철길로 최소 2300㎞ 거리에 있다.

이 우주기지는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치올콥스키시 인근에 있는데, 당초 행선지로 알려졌던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북쪽으로 1000㎞ 떨어져 있다.

12일 오후 김 위원장이 탄 전용열차 '태양호'는 우수리스크 부근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려면 남쪽으로 꺾어 내려가야 하는데 정반대 방향으로 향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가 될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태양호의 최종 종착지 윤곽이 드러난 건 그로부터 몇 시간 뒤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고 있는 동방경제포럼(EEF) 본회의에 참석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방문 계획을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이 러시아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10일 오후 평양에서 출발한 태양호는 12일 오전 러시아 하산역을 통과했다. 평양에서 하산역까지는 약 1000㎞ 거리인데, 하루 반 정도가 걸렸다. 이어 우수리스크를 지나 북쪽에 있는 하바롭스크로 향했다. 하바롭스크부터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따라 아무르주가 있는 북서쪽으로 향할 전망이다. 하산역에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까지는 직선거리로만 1000㎞ 정도다. 하산~하바롭스크, 하바롭스크~보스토치니 우주기지의 구간별 직선거리는 750km와 600km에 달한다.

북한의 열악한 선로 사정과 방탄 시스템 무게 탓에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북한 내에서 시속 50~60㎞ 정도로 달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은 사라진 과거 '비둘기호'(최고 시속 70㎞)보다도 느린 속도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과 만찬을 연이어 할 계획임을 고려하면 열차는 오는 13일 오전에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부근 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꼬박 사흘을 열차로 달려 푸틴을 만나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베트남 하노이에 갈 때도 60시간을 열차로 이동한 바 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