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강력범죄 부른다?…"날씨 더워지면 총 쏘는 횟수 증가"

“따뜻한 날, 주말이나 휴일에 많이 발생”
기온 상승하면 폭력성 올라간다는 연구결과도

최근 무차별적인 흉기 난동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 가운데 무더운 날씨가 강력범죄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왔다.


13일 미국 콜롬비아대 공공보건대학원과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 공동 연구팀이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난 총기 사건과 날씨와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평균 기온이 상승하면 하루에 총을 쏘는 횟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최근 몇 년간 시카고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은 따뜻한 날, 특히 주말이나 휴일에 더 많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범죄가 높은 온도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과 맥락이 같다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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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14년에는 시카고에서 날씨가 화창해지자 36시간 동안 무려 36번의 총격 사건이 발생한 적도 있었다. 2014년 4월 11일부터 14일까지 화창한 날씨를 보였던 주말 동안 최소 37건의 총격 사건이 발생, 4명이 숨지고 33명이 부상을 입었다.


특히 금요일인 11일 오후 3시 30분부터 일요일인 13일 오전 3시까지 36시간 사이에 총 36건의 총격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시카고 지역의 12일 낮 최고기온은 그 해 들어서 가장 높은 섭씨 27도를 기록한 바 있다.

연구진의 자료에 따르면 시카고에서 2012~2016년 일평균 기온은 15.3도였고, 이 기간 총격은 총 1만4633건 발생했다. 산술적으로 보면 3시간당 평균 1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셈이다. 기온이 평균보다 10도 상승하면 이와 비례해 전체 총격 비율도 33.8% 더 높아졌다. 평일에 기온이 평균보다 10도 상승하면 34% 더 많은 총격이 발생했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42% 더 많았다.


월별로 살펴보면 평균 총격 횟수는 2월이 가장 적은 반면, 8월에는 하루 평균 8번의 총격이 일어나 가장 많았다. 특히 8월의 주말(10번 이상)과 공휴일(최대 9번)에 더 많았다.


연구팀은 “총격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는 장소만큼이나 중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2020년 7월 국제학술지 ‘인저리 에피디미알러지(Injury Epidemiology)’에 실렸다.


프랑스 보건 연구소와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 정신·심리학·신경과학 연구소 공동 연구팀도 미국에서 2013~2015년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에 계절이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2016년 5월 ‘아메리칸 저널 오브 퍼블릭 헬스(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를 통해 공개됐다.


당시 연구팀은 미국에서 2013~2015년 발생한 모든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공개 자료를 입수했고, 4명 이상이 총에 맞은 경우를 총기 난사로 정의했다. 연구 결과 여름철 총격 사건 사망자와 부상자 수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고, 이런 현상은 3년간 해마다 반복됐다.


총격 사건은 5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해서 8월에 정점에 오른 뒤 9~10월부터 감소했다. 연구팀은 “유의미한 계절적 영향”이라며 “계절은 적대감, 분노, 짜증, 불안감 등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강력범죄에 대한 계절의 영향을 연구한 통계가 있다. 대검찰청이 2011년 공개한 ‘2010 범죄분석’ 백서에 따르면, 날씨와 범죄 사이의 상관관계가 두드러졌다.


2009년 1390건이 발생한 살인의 경우 652건(46.9%)이 맑은 날씨에서 가장 높은 빈도를 보였다. 폭력 사건도 5만9016건 중 2만4260건(41%)이 맑은 날씨에 몰렸다. 같은 기간 발생한 강간(39%), 절도(36%), 강도(38%) 등의 강력범죄도 맑은 날씨에 대한 집중도가 유독 높았다.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 폭력성과 공격성이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2021년 미국 국립경제연구국(NBER) 조사에 따르면 치솟는 기온은 기분이나 컨디션 악화를 불러일으켜 폭력적 성향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결과 더위 지수가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폭력적 상호작용은 20%, 폭력 가능성은 18%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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