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민음사 인문잡지 '한편' 11호 주제는 '플랫폼'

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민음사의 인문잡지 '한편' 11호의 주제는 '플랫폼'이다. 콘텐츠가 교환되는 세계인 플랫폼을 통해 '무언가 주고받은 기분'을 들여다본다. 도시계획학, 과학기술학, 철학, 사회학, 인류학, 비평 등을 담은 열 편의 글을 수록했다. 첫 글은 물류 인프라와 배달 노동자 스케치로 시작한다. 도시계획학 연구자 김리원 지하철이 쇼핑 공간이 되고 아파트 현관에서 주민과 배달 노동자가 부딪치는 도시민의 삶을 전한다. 교통·철학 연구자 전현우는 한때 수탈의 도구였지만 기후 위기 시대 이동의 새로운 가능성이 된 촘촘한 철도망의 효과를 논한다. 과학사학자 이두갑은 최근 주목받는 생성형 인공지능 플랫폼들과 관련 지식 재산 소송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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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전, 동서남북을 가로지르던 나의 이동도 확진자 수가 증가할수록 제한되었다. 사회 기능과 개인의 편의성이 사람의 이동이 아닌 물건의 이동으로 유지되면서 개인은 이동의 주체가 아니라 관찰자가 될 수 있었다. 내가 택배도시를 목격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 김리원, 「택배도시에서의 일주일」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은 독점의 올가미로 오늘날 한국인의 관심을 장악하고 있다. 어느 플랫폼이 더 싼지 확인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손가락들. 나 역시 열차를 기다리는 플랫폼 위 동료 시민들과 나란히 서서 이렇게 손가락을 놀린다. - 전현우, 「독점으로 향하는 급행열차」

많은 이들은 생성형 AI가 인간의 창의적 일을 대체할 혁신적 기술이 될 수 있을까 질문한다. 사실 더욱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과연 텅 빈 유령 기계처럼 작동하는 인공지능이 생성한 창작물을 향유하고 싶은지, 이러한 기술을 만들어낸 플랫폼 기업이 큰 이윤을 누리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지가 아닐까? - 이두갑, 「창작자의 정당한 몫 찾기」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스펙터클에 심취해, 그 시민들에게 말을 걸고 설득하는 과정 없이 섣불리 우리의 주장이 곧 ‘촛불’이라고 선언했던 것은 아닐까? 갈등과 논쟁에 쏟을 에너지 소모가 두려워 정작 단체의 활동가, 회원들과 속내를 털어놓고 토론하는 것을 피해 온 게 아닐까? - 김예찬, 「잃어버린 시민을 찾아서」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과 사회 비판의 공론장을 구축할 수 없는 한계 속에서 파편화된 목소리를 모으는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연대는 느슨해 보이지만 강력하다. 이것이 바로 시위가 일어날 때마다 이란 정부가 인터넷을 엄격하게 차단하는 이유다. - 구기연, 「인스타스토리로 연대하기」

인문잡지 한편 11 : 플랫폼 | 김리원 외 9명 글 | 민음사 | 212쪽 | 1만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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