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 증거 잡아드려요” 탐정 업체 난립…관련법은 3년째 계류 중

“뒷조사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배우자나 연인의 외도 증거를 확보해준다며 ‘탐정’이라는 명칭을 내세워 영업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합법화된 탐정업을 내걸고 외도 증거 수집, 미행 등 불법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상담이 쉽지 않을 정도로 의뢰가 줄을 잇고 있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만큼 문제 발생 소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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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포털사이트 등에 ‘미행’, ‘외도’, ‘불륜’ 등의 단어를 입력하자 수많은 탐정업체가 검색됐다. 대부분 누군가를 미행하면서 찍은 영상이었는데, ‘불륜 증거 수집’, ‘상간’ 등 자극적인 단어들이 함께 기재돼 있었다. 이들은 공식 홈페이지나 SNS에 이런 영상들을 게시한 채 업무조사, 증거확보, 정보제공, 정보수집, 심부름 대행, 사고조사 등의 업무를 진행한다고 홍보 중이었다. 일부 업체는 ‘흥신소’라는 업종을 버젓이 기재해 놓기도 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민간자격증=2020년 8월부터 신용정보법 개정 시행으로 ‘탐정’이라는 용어를 영업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탐정업을 내세우는 업체들도 난립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상 탐정은 실종 아동·청소년 소재 확인, 부동산등기부등본 등 공개 정보의 대리수집, 채용대상·거래상대 동의 전제 이력서·계약서 기재 사실의 진위 확인, 도난·분실·은닉자산의 소재 확인 등 제한적인 활동만 가능하다. 세칭 탐정업체를 이용해 재판 등에 활용하려고 수집한 증거는 사실상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올 여지가 크다. 민·형사 사건에서의 증거 수집은 법률행위에 해당하는데, 변호사 이외의 사람이 취급할 경우 처벌 대상이기 때문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민간자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탐정 명칭을 사용하는 민간자격증은 현재 106개로, ‘민간조사’ 명칭을 쓰는 자격증까지 포함하면 125개까지 늘어난다. 업계에선 겸업탐정 등을 포함하면 탐정업 종사자가 전국적으로 1만명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는 등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증거수집 1주일에 290만원”=이른바 흥신소로 불리는 업체들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배우자나 연인의 외도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목적이다. 외도가 간통죄 폐지 이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민법상으로는 명백한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 이에 의뢰인들도 민사소송인 상간자 소송을 제기한 뒤, 증거 수집을 위해 흥신소 등을 찾는다.

실제로 본지가 이런 업체 한 곳에 불륜 뒷조사 의뢰 문의를 해본 결과 1주일 동안 증거를 수집하는 데 드는 비용은 290만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240만원을 선납하고, 업무를 마친 뒤 50만원을 추가로 납부하는 방식이다. 한 흥신소 업체 직원은 “보통 1주일 정도만 지켜보면 답이 나온다”면서 “가정 유지에 중요한 문제다 보니 의뢰인 대부분이 금액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다고 설명했다.


◆관련법 처리는 '스톱'=국내에서 ‘탐정’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지 3년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기 위한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법적 공백이 계속되고 있다. 2020년 당시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과 윤재옥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탐정업 관리에 관한 법률(탐정업관리법)안’은 이듬해 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 한 차례 논의만 이뤄졌을 뿐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다. 이른바 탐정 업체들이 무분별하게 생겨나는 이유다.


입법을 통해 탐정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무분별한 사생활 침해를 막는 내용이 골자지만, 아직 명문화되지 않으면서 별다른 규제가 없는 셈이다. 이에 지난달 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공인탐정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공인탐정 자격의 국가 공인화 ▲경찰청장 소속의 공인탐정 자격제도 운영위원회 운영 ▲미아·실종자 등에 대한 소재파악, 도난·분실 자산 등의 소재확인, 의뢰인의 권리보호 ▲경찰청장의 공인 탐정에 대한 지도·감독, 필요 조치 요구권 등으로 기존 발의 내용과 궤를 같이한다.

황 의원은 “난립해 있는 탐정, 심부름센터의 불법 조사행위를 근절할 수 있도록 탐정업에 대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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