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 갉아먹는 불청객에 집 '폭삭'…수리비만 매년 6조5000억

목재 가구·주택 등 갉아먹는 외래종
美서는 부동산 매매 전 필수 검사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주택에서 목재를 갉아 먹는 것으로 알려진 외래종 흰개미(termite)가 발견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환경부 및 유관기관은 현장 조사 및 방제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흰개미의 위험성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선 이미 유명하다. 특히 목조 건물이 많은 미국은 흰개미 때문에 주택이 무너지는 사고도 잇따라 벌어지며, 관련 비용만 매년 수조 원 이상에 육박한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19일 정밀 현미경 조사 결과, 강남에서 발견된 흰개미가 '마른나무흰개미과 크립토털미스속'으로 분류되는 외래종 흰개미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재 유전자 분석이 진행 중이며, 완료까지는 수일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발견된 흰개미 종은 인체에 별다른 해를 끼치진 않지만, 마른 나무를 갉아 먹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목조 건물, 가구, 오래된 주택이나 문화재 등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마른 목재가 주식…美선 주택 붕괴 사고도

흰개미 이동 통로 및 갉아먹은 흔적 추정 발견지인 창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흰개미 이동 통로 및 갉아먹은 흔적 추정 발견지인 창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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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흰개미 종의 주요 서식지는 미국·캐나다 등 북미, 호주, 동남아시아 등이다. 토종 흰개미는 습한 환경에서 서식하고 수분 함량이 30% 이상인 나무만 먹이로 삼는 것에 반해, 이 흰개미는 수분이 없는 마른 목재를 주식 삼는다.


특히 목조 용골을 쓴 단독 주택이 많은 미국에선 흰개미로 인한 피해가 상당한 수준이다. 미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흰개미로 훼손된 주택을 수리하는 데 드는 비용만 연간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에 달한다.

흰개미가 주택을 무너뜨리는 사고도 종종 벌어진다. 실제 2019년 미국 뉴올리언스주에선 수리 중이던 주택 내부가 갑자기 붕괴하면서 인부 두 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조사 결과 해당 주택은 이미 흰개미 군락이 갉아먹은 상태였다.


환경부에 제보된 흰개미 모습 [사진출처=환경부 제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환경부에 제보된 흰개미 모습 [사진출처=환경부 제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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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뿐만 아니라 건축 기업 및 정부에도 흰개미는 골칫덩이다. 미국은 새 건물을 지을 때 벽 사이에 흰개미 퇴치제를 바르도록 건축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퇴치제는 통상 3년 뒤 휘발되기 때문에, 이후로는 매 5년 전문가를 불러 퇴치제를 새로 발라야 한다.


부동산 거래에서도 흰개미는 거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에선 주택 매매 전 반드시 '흰개미 검사'를 한다. 이 또한 전문 서비스이기 때문에 주택의 구조와 규모에 따라 100~270달러(약 13~35만원)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월 평균기온 10도' 넘으면 야외 서식 가능
지난 17일 첫 흰개미 발견 제보가 올라온 온라인 커뮤니티 글 [이미지출처=온라인커뮤니티]

지난 17일 첫 흰개미 발견 제보가 올라온 온라인 커뮤니티 글 [이미지출처=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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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털미스속 흰개미는 주로 아열대 지역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국내 기온이 서서히 높아지면서 한국도 외래종 흰개미가 번식하기에 적합한 공간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당 흰개미의 야외 분포 북방한계는 '1월 평균기온 10도' 선이다.


현재 환경부는 해당 흰개미 종이 외부에서 유입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실내 문틀(섀시) 등에서 서식하고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향후 정밀 역학조사를 통해 흰개미의 국내 유입경로를 추적할 방침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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