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오염수 방류]러 규탄하더니…'내로남불'

日, 1993년 러 핵폐기물 방류에 발끈
30년 뒤 상황 바뀌자 명분 쌓기 급급

"방사능 스시를 먹게 됐다"(1993년 일본 시위대 발언)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셔도 별일 없다"(2021년 아소 다로 부총리 발언)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유해성이 없다며 해양 방류 명분을 쌓고 있지만, 이 같은 입장은 약 30년 전과는 정반대의 입장으로 확인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입장 차이를 두고 '내로남불'식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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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에는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러시아 해군이 핵잠수함에서 쓰던 핵폐기물 수백톤을 일본에 가까운 동해 상에 몰래 버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러시아 군은 핵처리·폐기물 저장시설이 부족해지자 정부의 암묵적 승인 아래 주변국에 몰래 해양 방류를 했는데, 이 모습이 그린피스에 발각된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방류한 핵폐기물 농도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보다 낮아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당시 호소카와 모리히로 일본 총리는 보리스 옐친 구 소련 대통령을 도쿄로 초청해 핵폐기물 해양투기금지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일본은 저준위 핵폐기물의 경우 정부 허가를 받아 해양에 투기할 수 있도록 한 '런던협약'을 개정했다. 그 결과 1993년과 1996년 두 차례에 걸쳐 핵폐기물의 해양 투기를 조건부 금지하는 결의안이 채택됐다.


1986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가 원인이 됐다. 체르노빌 사고의 참상이 알려지자 일본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본 의회는 사고 직후 러시아 정부에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정부는 전투기를 띄워 대기 중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기도 했다. 유럽산 농수산 식품 수입에 대한 안전 기준도 대폭 강화했다. 러시아는 물론, 프랑스, 스페인 등 서유럽까지 총 12개국 식품 수입을 중단하며 방사능 오염을 막기 위한 철벽을 세웠다. 이 같은 일본의 즉각적 반응은 히로시마·나가사키 피폭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나고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한 이후 이 같은 일본의 입장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일각에서는 과거 러시아의 핵폐기물 처리,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직후 대응과는 달리 일본이 주변국의 우려와 경계감에 대해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러시아 핵폐기물 방류로) 방사능 스시를 먹게 됐다"며 반발하던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셔도 별일 없다"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본이 해양 방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변국과의 충분한 협의나 투명한 자료 공개가 부족했다고 비판이 제기된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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