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선택적 위협…블루칼라 살고 화이트칼라만 죽는다

'고연봉·안정적 → AI 대체가능' 인식 변화
美 IT분야 화이트칼라 정리해고 88% 증가

"화이트칼라 노동자는 결국 화이트칼라가 만든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것인가."


1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등 이유로 미국 기업에서 화이트칼라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과거 수준으로 회복하기 힘들겠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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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칼라'는 대기업 관리직이나 사무직 종사자를 뜻하는 말로, 전통적인 고연봉·안정적 직군으로 꼽힌다. 그러나 화이트칼라는 최근 미국 노동시장에서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기조로 기업들의 정리해고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정리해고를 단행 직후 "직원들이 떠난 자리가 앞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에서는 최근 일부 관리직 직원들에게 "정리해고 대상자가 되고 싶지 않으면 보너스나 급여 삭감에 합의하라"고 통보했다. 비영리단체 '임플로이 아메리카'에 따르면 올해 3월 마감된 2023년 회계연도 기간 증가한 화이트칼라 실업자는 15만명에 달한다.


특히 IT(정보기술) 분야 화이트칼라 노동력의 수요가 예전 같지 않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이 분야의 정리해고는 1년 전과 비교해 88% 급증했다. 같은 기간 금융과 보험업계의 정리해고가 55%나 증가했는데, 이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AI 기술 상용화로 인해 각 기업에서 화이트칼라 노동력에 대한 필요성이 떨어졌다고 분석한다. 공석이 생기더라도 AI 등 새로운 기술 덕분에 회사가 더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 기술을 산업에 접목한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정작 AI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CEO는 최근 "5년 이내에 인사 분야 등 7800명의 일자리를 AI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대형 유통체인 '크로거' CEO 로드니 맥멀린은 "AI의 등장으로 아주 많은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각종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의미하는 '블루칼라'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식당 요리사와 패스트푸드 음식점 종업원, 화물 운송 등 연봉 3만 2000달러(약 420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 블루칼라 일자리는 오는 2031년까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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