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외로움 수업'<3>-길을 헤매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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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누구나 살다 보면 인생에서 외로움이라는 파도를 만나게 됩니다. 외로움은 홀로 남겨진 상황에서 오는 감정이라 두렵다, 무섭다, 끔찍하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지만, 반대로 어떤 이들은 편안하다, 따뜻하다, 부드럽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김민식 전 MBC PD는 이런 외로움의 파도에도 꺾이지 않고, 그 파도를 타고 넘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오늘은 아시아경제가 '하루만보 하루천자' 뉴스레터 독자들을 위해 <외로움 수업>에서 발췌한 세 번째 필사 콘텐츠입니다. 글자 수 913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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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은 외로움은 모든 인간이 느끼는 감정이며, 혼자 있는 시간에 비로소 자아가 성숙해진다고 말해요. 외로움을, 자신의 내면을 풍성하게 가꾸는 시간으로 만들어 가라는 거예요.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실험을 했어요. 행동학자들이 실험에 자원한 10여 명을 각각 한 명씩 방에 들여보내요. 방 안에는 전화, 라디오, TV 등 어떤 통신기기도 없어요. 조명 하나만 켜두었어요. 그 안에서 대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딱 한 가지 허락해요. 어떤 사람은 피아노 연습을, 어떤 사람은 배 근육을 키워요. 처음에는 그 실험이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거라고 걱정했어요. 그런데 실험이 끝나고 문이 열렸을 때, 실험에 참여한 사람 10명 중 8명은 그 방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외로움을 즐기는 법을 터득한 거죠. 철학자 울프 포샤르트 박사의 말이에요.

"외로움은 인간의 삶에 필수적으로 포함된다. 외로움은 숨을 들이마시는 것과 같고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은 숨을 내쉬는 것과 같다. 그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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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예능 프로그램 촬영 차 배우 다니엘 헤니와 함께 필리핀의 라왁이라는 오지 마을로 날아갔죠. 마을에 도착한 이튿날 아침, 헤니가 사라져서 스태프들이 난리가 났어요. 사방에 보이는 건 논밭뿐인데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조마조마했어요. 알고 보니 새벽에 일어나 두 시간 동안 조깅하고 왔대요. 제가 물었어요.


"아니, 먼 이국 만 리 낯선 땅에서 길 잃으면 어쩌려고요?"

"어디를 가든 숙소에서 나가서 한 방향으로만 한 시간을 달리고 반환점을 돌아 그 방향 그대로 돌아오면 길을 잃지 않아요."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어요. 안전한 조깅을 위한 '한 방향의 규칙'. 삶이 힘들 때, 어떤 감정이든 휘말리지 않고 시작점으로 돌아오려면, 애초에 그런 단단한 기준을 만들어두면 길을 잃지 않는다는 거예요.

-김민식, <외로움 수업>, 생각정원,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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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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