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엔씨소프트, 이제는 해외에서 증명해야할 때

엔씨소프트가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1년 전과 비교해 70% 가까이 줄어든 816억원이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와 매체들은 예측했던 것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며 ‘호실적’이라고 치켜세웠다.


1분기 실적을 뜯어보면 엔씨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영업이익이 1년 사이 크게 떨어진 것은 출시 2년도 되지 않은 ‘리니지W'가 저조한 실적을 거둔 영향이다. 반면, 시장 전망치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린저씨‘(리니지 하는 아저씨)의 역할이 컸다. 출시한 지 7년이 된 ’리니지M'의 매출이 증가했다. 리니지에 울고 웃은 것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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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는 빛나는 과거를 가지고 있다. 1998년 출시한 리니지는 한국인이 여가시간을 소비하는 방식, 나아가 문화를 바꿔 놓았다. 이후 20여년 가까이 국내 대표 게임사는 엔씨이고 김택진 대표는 업계의 큰형이었다. 2020년 엔씨의 야구단 NC 다이노스가 KBO리그에서 우승하자, 김택진 대표가 직접 ‘리니지' 게임 속 최고의 무기 ’집행검‘을 선수단에 건네는 세레모니를 펼쳤다. 하지만 20세기를 대표하는 게임 리니지는 점차 힘이 빠지고 있다.

MZ세대가 떠오르고, ‘린저씨’는 중년에 접어들었다가 이제 노년을 바라본다. 엔씨는 MZ세대를 사로잡을만한 게임을 내놓지 못했다. 엔씨보다 뒤늦게 게임업계에 발을 들인 게임사에 실적도 추월당했다. 크래프톤이 대표적이다. 올해 1분기 크래프톤의 영업이익은 2830억원. 엔씨의 3배다.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 한때 엔씨의 등을 바라보고 달리던 기업들이 이제 엔씨 앞에서 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린다는 것이다. 반면 엔씨는 여전히 ‘린저씨’에게 목을 매고 있다. 어느덧 게임이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해외에서 실적을 내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김정주 넥슨 창업주는 과거 존경하는 기업인으로 김우중 대우 회장을 꼽았다. 열정을 가지고 세계경영을 외친 그의 패기를 높게 샀다. 김정주 창업주 역시 넥슨을 초창기부터 세계로 끌고 나갔다. 넥슨은 어느덧 세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회사가 됐고, 동시에 국내 최고 실적을 자랑하는 게임사로 부상했다.

시기가 많이 늦었지만 김택진 대표는 올 초 주주총회에서 “당장 돈이 되지 않더라도 잠재력이 있는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며 변화의 의지를 밝혔다. 그 첫걸음으로 서구권을 겨냥해 만든 신작 ‘쓰론 앤 리버티’를 출시한다.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콘솔에 도전하는 점도 눈여겨 볼 점이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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