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커 갱스터냐" 주주들 성토…고개 숙인 CS 회장

UBS 인수 뒤 주가 더 떨어져
0.81유로 동전주 돼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CS)의 회장이 UBS로 피인수 후 열린 첫 주주총회에서 고개를 숙였다. 잇따른 투자 실패와 부패 스캔들, 유동성 위기로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가 정부 중재로 UBS에 인수되는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 만이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CS의 주주총회에서는 사태의 원인과 책임소재, 경영진의 무 등을 따지는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일련의 투자 손실과 부패 스캔들, 최대주주의 손절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휩싸인 CS가 지난달 20일 UBS에 인수되는 결정이 내려진 이후 처음 열린 연례 주주총회다.


주가가 연일 폭락하고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사상 최고치로 급등하며 부도 공포가 절정에 달했던 CS가 UBS에 팔린 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쳐 UBS의 강제 병합되면서 167년 역사의 CS라는 이름도 자취를 감추게 될 상황이다.


가뜩이나 폭락한 주가는 UBS의 인수 후에도 더 떨어지면서 스위스 취리히 증시에 상장된 CS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0.81달러의 동전주가 됐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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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셀 레만 CS 이사회 의장은 이날 주총 현장에서 "그동안 주주들이 보내준 신뢰를 저버리고 실망을 안겨드린 점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은행을 구할 수 없었다. 우리를 기다릴 수 있는 선택지는 인수합병 거래나 파산 두 가지뿐이었다"고 말했다.


레만 회장의 발언 뒤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 주주들의 원성이 터져 나왔다. 한 주주는 "당신들은 우리의 생계를 망치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밤에 잠을 잘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주는 ''뱅스터'의 자산을 팔아라'라고 적은 재킷을 입고 주총장에 나타나기도 했다. 뱅스터는 은행가를 뜻하는 '뱅커'와 폭력배 '갱스터'를 합친 말이다.


위기 속에서도 은행에 생존 능력이 있다는 경영진의 말을 믿고 투자를 계속했지만, 좌절과 분노를 맛봤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 대학생 주주는 "당신이 우리의 고충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믿지만, 당신과 우리의 차이점은 행동을 할 힘이 당신에게 있다는 것"이라며 "여기 나온 모든 투자자의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조치를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레만 의장을 비롯해 이사들을 재선임하는 방안이 의결됐다. 이사회는 CS가 UBS에 완전히 합병되기까지 경과 기간에만 직위를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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