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인물]스트리밍 위기 속, 넷플릭스 마케팅 바꾼 '마리안 리 CMO'

회사 브랜드 대신 콘텐츠에 집중
NYT "넷플릭스 전략 미묘하게 달라져"

"분명 마케팅이 있었어요."


넷플릭스의 마리안 리(Marian Lee)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지난해 9월 영화 산업과 관련한 소식을 전하는 인디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의 대성공에 마케팅이 일조를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출시 28일 만에 16억시간이 넘는 대성공을 거둔 오징어 게임이 전반적인 입소문을 타기도 했지만 전 세계에 마케팅이 이뤄진 것도 영향을 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마케팅팀이 중요한 준비 작업을 해줬다면서 아시아 지역에 맞춘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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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CMO는 현재 넷플릭스의 마케팅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넷플릭스의 세 번째 CMO인 그가 스트리밍의 위기설이 나오는 현시점에서 전략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위기의 한 해를 보냈다. 코로나19 시기 승승장구하던 넷플릭스가 지난해 1~2분기 신규 가입자 수가 연속으로 감소한 상황에서 디즈니, 아마존, 디스커버리 등 각종 스트리밍 업체들이 속속 등장해 경쟁이 심화했다.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세 점차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 보고서들도 쏟아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넷플릭스는 오랫동안 거부했던 광고형 요금제를 만들고, 미국을 시작으로 계정공유 유료화 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NYT는 "넷플릭스는 광고비를 쓰는 것이 더 많은 시청자 확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면서 "그러한 생각이 리 CMO 하에서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층 경쟁적인 스트리밍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더 직설적인 전략을 택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폭넓은 취향을 수용하는 임원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이용자들을 끌어들여 콘텐츠를 알리는 역할인 리 CMO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마리안 리 넷플릭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사진출처=넷플릭스)

마리안 리 넷플릭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사진출처=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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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들어오기 전 8년 가까이 스포티파이에 있었던 리 CMO는 2021년 넷플릭스에 합류, 지난해 3월 CMO로 승진했다. 넷플릭스의 두 번째 CMO이자 상사였던 세인트 존이 떠난 이후 그 자리를 맡게 된 것이다. 존 전 CMO가 개인 인스타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스타일이었던 것과는 달리 리 CMO는 승진 이후 개인 SNS 계정을 비공개로 유지한 채 넷플릭스 콘텐츠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의 연간 콘텐츠 제작 비용은 170억달러(약 22조4000억원) 수준이지만, 마케팅 예산으로는 연간 20억달러 수준만 할당한다. 콘텐츠 비용을 감안하면 마케팅에 비용을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넷플릭스의 마케팅 예산은 2020년 22억달러, 2022년 25억달러로 크게 달라지진 않았으나, 리 CMO는 넷플릭스라는 브랜드 자체를 알리기보다는 개별 콘텐츠를 홍보하는 것에 더 많은 마케팅 자원을 쏟았다고 NYT는 전했다.


리 CMO가 넷플릭스의 마케팅을 맡기 전에는 콘텐츠 제작사 측에서 마케팅 부족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리 CMO가 온 뒤에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한다. 지난해 나온 영화 '리벨문'의 프로듀서 데비 스니더는 "그가 온 뒤 그는 우리가 뭘 하는지 보러 왔고 세트장에도 자주 왔었다"고 말했다. 2021년 출시된 영화인 '아미 오브 더 데드'를 프로듀싱할 때는 전혀 받지 못했던 그러한 관심이 쏟아졌다고 했다.


스콧 스튜버 넷플릭스 영화 담당 임원은 리 CMO 체제 하에 마케팅 부서가 좀 더 콘텐츠 측면에 초점을 맞추며 더 조화를 잘 이뤄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빠르게 접근하는 리 CMO의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리 CMO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을 우리 콘텐츠로 끌어오고 싶기 때문에 창의성을 발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넷플릭스의 다른 직원들이 우리의 마케팅 전략은 '콘텐츠 조직을 지원한다'라는 사실을 이해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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