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은 여성 몫" 헌법 폐지하려는 나라

아일랜드 헌법 "집안일은 여성의 의무"
성 역할 고정관념 논란 끝에 국민투표

아일랜드가 '여성의 의무는 집안일'이라는 조항을 담은 헌법의 폐지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그간 '남성은 경제활동, 여성은 집안일'이라는 성 역할 고정관념 비판을 받아온 구식 헌법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아일랜드의 헌법 41조 2항에 따르면 "어머니는 경제적 필요 때문에 가정에서의 의무를 소홀히 하면서까지 노동에 참여할 의무가 없으며, 국가는 이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조항은 1937년 제정됐으며 '여성의 자리는 집 조항'이라고 불렸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해당 조항은 아일랜드 여성을 가정에 가둬두는 근거로 기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일랜드에서는 정규직 맞벌이 부부여도 여성이 주로 가사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으며, 유럽연합(EU) 조사 결과 하루 4시간 이상 집안일을 하는 여성이 남성보다 2배 많았다.


해당 조항의 폐기는 꾸준히 언급됐다. 1993년, '여성의 지위'라는 보고서를 통해 폐기가 처음 공론화됐고 2013년 시민의회가 폐지를 요구했지만 무산됐다. 2018년 찰리 플래너건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엔 미하일 마틴 전 총리가 조항 폐기를 위한 국민 투표를 약속했지만, 시행하지 않았다.


최근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다시 헌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리오 버라드커 총리는 올해 안에 해당 조항의 폐지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앞서 아일랜드는 2015년 동성 결혼과 2018년 임신 중지(낙태)를 국민투표를 통해 차례로 합법화한 바 있다.

한국도 여성 가사노동 부담 높은 편

한편 한국은 아일랜드처럼 관련 헌법은 없지만, 여전히 여성의 가사노동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통계청에 따르면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는 490조9000억 원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25.5%를 차지한다. 1인당으로 따지면 여성이 1380만원으로 남성(521만원)보다 2.6배 많았다.


남성의 가사 노동시간은 2019년 기준 64분으로 45분이었던 2014년보다는 늘어나는 등 가사노동 분담 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여성의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이지민 한국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이 발표한 '연령층별 시간 빈곤자의 결정요인 분석'에 따르면 근로소득이 많은 기혼 여성일수록 시간 빈곤자가 될 확률이 높다. 시간 빈곤자는 임금 노동이나 가사·돌봄으로 일하는 시간은 길고 여가·자유시간은 부족한 사람을 뜻하는 개념이다. 모든 연령에서 여성일수록 시간 빈곤자가 될 확률이 높게 나타난 것에 대해 이 연구원은 "불평등적인 가사노동과 유급 노동의 병행 현실이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