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동·식물 짝짓기 행태도 달라져

매력 떨어지는 갈기 적은 수컷 사자가 여러 마리 암컷과 잇따라 짝짓기
과일 파리, 온도 높아지면 짝짓기 상대 수컷 파리 수 늘려 수태율 높여
기온 상승에 에너지 소모 늘고 수컷 번식력 약화 현상

[이미지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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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계화 인턴기자] 지구 온난화로 일부 수컷들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노력을 줄이면서 수컷의 현란한 색상이 줄어들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동물의 짝짓기를 위한 특성 중 색상과 춤추기 행동 등은 짝짓기만을 위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 시대에 많은 동물이 짝짓기용 특성을 버리고 용도를 바꾸고 있다. 사람도 일부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아 짝짓기 행동 특성이 변한다는 징후도 있다.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기후 변화에 따른 짝짓기 행동의 변화가 충분하지 못할 경우 동식물 모든 종의 최대 6분의 1가량이 도태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잠자리 날개의 어두운 부분이 많아지면 잠자리 체온이 최대 2도가량 오른다. 미국 콜로라도대 마이클 무어 교수는 잠자리 3000마리 이상을 관찰한 결과 최근 수십년간 잠자리 날개에 검은 부분이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날씨가 더운 해일수록 검은 부분의 면적이 줄었다. 무어 교수는 "더운 해가 되면 날개 장식이 많은 잠자리가 도태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동물은 겉모습으로 짝짓기 상대를 판별한다. 더 크고 화려하고 이색적일수록 유리하다. 수컷 사자는 크고 짙은 갈기가 특징이다. 수컷 사자에게 크고 짙은 갈기는 '열을 잘 견뎌낼 수 있는' 우수한 수컷임을 과시하는 용도다. 진화생물학자들은 "눈길을 끄는 특성들이 우성 유전자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 유전자를 후대에 전하기 위해 암컷이 눈에 잘 띄는 수컷을 고르게 된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사자를 연구해온 미네소타대 크레이 패커 교수는 "크고 짙은 갈기를 가진 사자가 그늘을 더 자주 찾고, 물을 더 많이 마시고, 짝짓기 후 휴식 시간도 더 길다"고 말했다. 갈기가 적은 사자가 잇따라 여러 마리의 암컷과 짝짓기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구 기온이 높아지면서 암컷의 짝짓기 상대 선택 기준도 변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수컷 1마리와 짝짓기하는 과일 파리의 경우 온도가 높아지면 짝짓기 상대 수컷 파리가 늘어난다. 세인트 루이스대 노아 레이스 교수는 "기온이 높아지면 수컷의 정자 생산이 줄어들기 때문에 암컷이 수태율을 높이기 위해 그런 변화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27도 이상의 고온에 며칠 노출된 후 8~10개월이 지나면 출산율 0.4%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후 몇달 동안은 다시 출산율이 오른다. 기온이 높아지면 인간이 성행위 횟수를 줄이면서 임신율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기온이 높으면 남성의 정자 생산량이 줄어드는 등 번식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계화 인턴기자 with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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