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中의 자국 반도체 제조시설 인수 결국 막아…국가 안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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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영국 정부가 중국 자본의 자국 반도체 공장 인수를 결국 불허했다. 세계 곳곳의 반도체 제조시설을 사들여 기반을 마련, 발을 넓혀나가려 했던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속속 막히는 모양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산업·에너지부는 이날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 넥스페리아에 영국 웨일스 인근 뉴포트 웨이퍼 팹 인수를 불허한다면서 보유 지분 대부분을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넥스페리아는 지난해 7월 기존에 지분 14%를 보유하고 있던 뉴포트 웨이퍼 팹의 지분을 모두 매입했다. 당시 인수 거래 가격은 6300만파운드(약 1003억원)였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영국 정부는 이번에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넥스페리아에 보유 지분 중 86%를 일정 기간 내에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영국 정부가 넥스페리아의 팹 인수를 막아선 이유는 넥스페리아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중국 윙텍테크놀로지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중국 기업이 영국의 반도체 생산시설을 확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 1월 자국 기술 보호를 위한 국가안보와 관련한 기술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가안전투자법(NSI)'을 제정했다. 영국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넥스페리아의 팹 인수 계약이 국가 안보 문제가 없는지를 1년 이상 검토해왔다.

그랜트 섑스 장관은 전기차 등에 사용하는 첨단 반도체를 언급하면서 복합적인 반도체 활동의 잠재적인 재개가 국가안보에 미칠 위험이 있고 이로 인해 영국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성장과 일자리를 지원하는 외국인의 무역과 투자는 환영한다. 하지만 국가안보 리스크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넥스페리아 측은 영국 정부의 불허 결정에 곧바로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넥스페리아는 "정말 충격받았다. 이번 결정은 잘못됐다"면서 "뉴포트의 500개가 넘는 일자리를 보호하고자 이번 투자회수 명령을 뒤집기 위해 항소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9일 독일 정부도 자국 반도체 제조업체인 엘모스의 생산시설과 반도체 제조설비업체 ERS일렉트로닉의 중국 매각을 금지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내각은 2건의 투자 제의 검토에 대해 부정적인 결정을 내렸다. 중요기반시설이나 유럽연합(EU) 외부로 기술이 흘러나갈 위험이 있는 기업 인수와 관련해서는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 중국 자본의 매그나칩반도체 인수를 미국 정부가 막아선 것과 비슷하다. 매그나칩은 지난해 3월 중국계 사모펀드인 와이즈로드캐피털과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같은 해 12월 이를 막아섰고 결국 계약이 무산됐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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