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유출 부적절" 캐나다 총리에 따진 中 시진핑

비공개 회담 내용 캐나다 언론에 유출된데 불만
트뤼도 총리에 정색하며 말 끊기도
BBC "정제된 모습만 보이던 習, 드물게 솔직한 순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마지막 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며 따지는 장면이 노출됐다. 앞선 양국 간 비공개 회담 내용을 캐나다 언론이 보도했다는 것에 불만을 가진 것인데, 주요 외신들은 통상 관례적 미소와 악수로 점철된 국제회의에서 시 주석이 이례적으로 감정을 표출했다는 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담 마지막 날 연회에서 시 주석은 트뤼도 총리와 짧은 대화를 나누며 짜증 섞인 반응을 보였다. 당초 예정돼있지 않았던 양국 정상 간 회담이 15일 약 10분간 이뤄진 가운데, "캐나다 총리가 2019년 캐나다 선거에서 중국이 11명의 후보에게 자금지원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며 회담 내용이 곧바로 현지 언론에 실린 것에 항의한 것이다. 이날 회담 내용을 중국 외교부는 공개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연회 자리에서 "우리가 나눈 대화 내용이 모두 신문에 유출됐다"면서 "그런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그것은 대화의 진행방식이 아니다"라고 따졌다. 그는 이어 "진정성이 있다면 서로 존중하는 자세로 소통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라고도 했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는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솔직한 대화를 지지한다"면서 "건설적으로 함께 일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것들도 있을 것이고, 또…"라며 말을 이어갔다. 굳은 표정의 시 주석은 "일단 여건을 조성하자"고 말을 끊으며 어색한 악수를 하고 돌아섰다.


약 40초 분량의 이 장면은 현장에 있던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노출됐고, 삽시간에 퍼졌다. SCMP는 "관례적으로 진행되는 친절한 악수와 미소를 나누는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이 드물게 불쾌감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영국 BBC는 "국영 언론에 의해 신중하게 정제돼 노출되는 시 주석의 '드문 솔직한 순간'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대화 후 트뤼도 총리는 언론을 통해 "모든 대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지도자들이 민주주의 국가에 있는 캐나다인, 시민들을 대신해 하는 일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때로는 민감한 주제들을 논의할 때에도 캐나다인에게 공개하는 것을 꺼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외국 주재 대사를 세 차례 지냈던 랜돌프 맹크는 SCMP에 "시 주석이 도전을 받는 상황에 익숙하지 않아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것이 국제 정상회담이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자회담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완벽한 정상'"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과 캐나다는 캐나다가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를 체포한 데 이어, 중국이 마약 제조 혐의와 간첩 혐의 등으로 캐나다인들을 잇달아 구금시킨 이후 최악의 냉각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주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중국에 초점을 맞춘 인도·태평양 전략을 곧 발표할 것이라면서 중국을 "점점 더 파괴적인 세계강국"이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필요한 때에 중국에 도전하고, 또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