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더는 착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저자는 이른 나이에 투자로 꽤 큰 돈을 만지고, 방송과 강의로 소위 잘나가는 사업가로 성공한 삶을 누렸다. 하지만 물질이 행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할 즈음, 우연히 참석한 명상 모임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통해 내면세계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명상에 심취할수록 내면의 갈증은 더욱 심해졌고, 결국 13년 동안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스승을 만나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현재는 마음의 아픔을 치유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더는 착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요’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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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가족에게 잘 보여야 했고 좋은 아이인 척해야 했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때가 가장 편했다. 문을 잠그고 방에 있을 때는 누구에게도 잘 보일 필요가 없으니 쉴 수 있었다. 방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 TV 속 배우처럼 연기를 해야 했다. 나는 가면을 쓴 배우였다. p.17

저녁도 안 먹은 빈속에 처음 ‘소주’라는 걸 마셨다. 목부터 가슴까지 타들어 가는 찌릿한 느낌이 났다. 정신 차리고 앞을 보니 땅이 위아래로 일렁거렸고, 사방의 모든 나무가 이리저리 움직였다. 속이 쓰리고 따가웠지만 기분은 좋았다. 흔들흔들 비틀거리며 우리 반 아이들이 있는 숙소를 찾아 방문을 열었다. 몇 명씩 둘러앉아 즐겁게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보며 방문턱에 앉았다. 그리고 소리 내어 울며 서러운 하소연을 시작했다. p.23


3개월 뒤, 뉴질랜드 하숙집으로 편지 한 통이 왔다. 선배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장거리 연애하듯 자주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한국에 돌아갈 날이 기다려졌고 그가 많이 보고 싶었다. 1년이 지나고 한국에 돌아올 때쯤 친구에게서 선배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여러 번 확인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한국에 돌아와 사실을 확인했을 때도 그는 아니라고 했다. 결혼식 전날 그는 나를 찾아왔다. “나 내일 결혼해. 미안하다.” p.35


그때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보면 ‘쌈닭’ 같았다. 누구라도 건드리기만 하면 순식간에 폭발하는 시한폭탄 같았다. ‘아무나 걸려라’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던 사람 같았다. 내 일이 아닌 곳에 가서 몸싸움에도 끼고, 마치 여전사라도 된 듯 아무하고나 싸웠다. 세상에 무서운 것 없는 사람 같았다. 그렇게 점점 ‘독한 년, 싸가지 없는 년’이 되어 갔다. 처음부터 ‘독한 년’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러려면 돈이 필요해 열심히 했을 뿐이다. p.68

수면제를 하나씩 모았습니다 | 장현주 지음 | 240쪽 | 담다 | 1만3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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