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씨네] ‘블랙팬서2’ 사랑으로 작별을 고하며 … 가장 장엄한 마블 영화

[이이슬의 슬기로운 씨네리뷰]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 9일 개봉

'블랙팬서2'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블랙팬서2'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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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여성, 추모. 두 단어로 영화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를 줄일 수 있겠다. 영화는 8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됐다. 세상을 떠난 채드윅 보즈먼의 온화한 미소와 열정이 그립고 보고 싶고, 돌아온 와칸다 제국이 반갑다. 마블은 마블이다. 드라마가 강해지고 액션이 주는 쾌감은 줄어들었지만 영화적 재미는 있다. 슬픔과 사랑이 공존하는 가장 장엄한 마블 영화가 탄생했다. 국내 관객은 이번 영화를 어떻게 볼까.


2018년 개봉해 539만 관객을 동원한 '블랙팬서'의 속편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이하 '블랙팬서2')는 와칸다의 왕이자 블랙 팬서 티찰라(채드윅 보즈먼 분)의 죽음 이후 거대한 위협에 빠진 와칸다를 지키기 위한 이들의 운명을 건 전쟁과 새로운 수호자의 탄생을 예고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채드윅 보스만이 2020년 대장암으로 사망해 여동생 역할을 맡았던 레티티아 라이트가 극을 이끈다. 전편에 이어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 연출했다.

티찰라 왕이 세상을 떠난 후, 슬픔에 잠긴 와칸다 사람들과 가족이 그를 떠나보내는 장례식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한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 1년 후, 비브라늄을 노리는 강대국들의 위협을 받는다. 여왕 라문다(안젤라 바셋 분)와 딸 슈리(레티티아 라이트 분), 전사 오코예(다나이 구리라 분)가 와칸다를 지키기 위해 강하게 맞선다. 각자의 사명을 가지고 티찰라와 선조들의 유산이자 소중한 터전인 와칸다를 수호한다. 그러다 숨겨진 해저 도시에서 살아가는 탈로칸 전사들과 마주한다. 탈로칸의 왕 네이머(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 분)는 쿠쿨칸, 깃털 달린 뱀신으로 불리며 살아있는 신으로 추앙된다. 그는 비브라늄 갑옷을 입고 육지와 바다, 하늘까지 오가는 강력한 능력을 지녔다.


네이머는 비브라늄을 지키려 애쓴다. 인간들이 비브라늄 탐지기로 탈로칸을 비추는 비브라늄에 접근하자 이를 만든 과학자를 찾아 나선다. 슈리가 과학자를 보호하면서 비브라늄을 지키려 하면서 네이머와 맞선다. 결국 네이머는 와칸다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공격을 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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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팬서2'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블랙팬서2'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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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팬서2'는 현실 속 배우의 죽음을 극에 녹였다. 티찰라를 새로운 얼굴로 대체하지 않고, 보즈먼의 부재를 그대로 안고 간 것이다. 영화는 보즈먼을 기억하는 제작진의 추모로 시작한다. 라이언 감독은 마블 영화의 상징적인 오프닝 시퀀스에서 배경 음악을 지우고 보즈먼의 활약상을 아련하게 담았다. 제작진은 엔딩 크레딧에서 '우리의 친구 채드윅 보스만에게 바칩니다'라는 자막으로 고인을 애도했다.

영화는 채드윅 보즈먼이 형성한 세계를 벗어나 적극적인 여성 세계관을 구축했다. 여왕과 딸, 전사들, 그들에게 맞서는 빌런들까지 모두 여성이 히어로 분한다. 그에 맞서는 이들 역시 여성이다. 남성은 여성 세계를 받치는 주변 인물로 소비된다. 강인한 여성 캐릭터들이 펼치는 액션이 흥미롭다. 동생 슈리가 주축이 돼 와칸다를 이끌고, 반가운 얼굴 나키아(루피타 뇽오 분)가 돌아온다. 오코예의 창검 액션은 여전히 멋지고 카리스마 넘친다. 새 얼굴 과학자 리리 윌리엄스(도미니크 손 분)까지 다양한 여성 캐릭터로 속편의 세계관을 새롭게 형성했다. 감독의 고민이 읽히는 지점이다. 보즈먼의 강렬한 존재감을 온전히 채우기엔 부족하지만, 전편에 비춰진 여성 세계관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


탈로칸의 해저 세계는 새로운 볼거리다. 마치 고대 마야 문명을 떠올리게 한다. 푸른 피부에 해초 망토, 조개껍질과 구슬로 장식한 탈로칸인들의 비주얼이 신비롭게 다가온다. 하늘과 바다를 오가며 펼치는 다양한 액션 장면도 재미를 준다.


새로운 팬서 슈트가 공개되고, 아이언맨의 뒤를 잇는 아이언하트가 등장한다. 아이언하트는 15살에 MIT에 입학한 천재 과학자로, 자신만의 슈트를 만들어낸 인물이다. 이들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관객에게 비칠지는 의문이다. 이는 마블이 페이즈4의 문을 닫으며 직면한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페이즈5에서 어떻게 그려갈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블랙팬서2'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블랙팬서2'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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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블랙팬서가 계속될 것임을 암시하며 끝난다. '블랙팬서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대사는 여러 의미로 해석된다. 그 의미는 마지막까지 영화를 보고 나면 알게 된다. 러닝타임 161분. 12세 이상 관람가. 11월 9일 개봉.


덧, 영화를 보고 나면 '무한도전'과 '아바타'가 떠오르면서 웃음이 새어나온다. 왜 그런지는 보면 안다. 마성의 마블이다. 러닝타임이 길지만, 비교적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락 영화를 영리하게 만드는 장기는 이번에도 빛나지만, 드라마 색채가 짙은 '블랙팬서2'를 국내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지켜봐야 알 것 같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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