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코일에 깔려 숨진 광주 청년, 1년 전 다친 손으로 작업하다…

유족 “3년 동안 야간 응급실에 두 번 넘게 실려가”
신체 절단 등 사고 질문에 회사 관계자 “할 말 없어”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한 디케이(DK). 사진=연합뉴스

청년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한 디케이(DK).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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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화영 인턴기자] 무게 1.8t짜리 철제코일에 깔려 숨진 삼성전자 협력사 소속 청년 노동자가 1년여 전 안전사고로 다친 불편한 손으로 작업에 투입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8일 광주지역 전자제품 제조업체 디케이와 사고 유족에 따르면 전날 사망한 20대 노동자 A씨는 지난해 여름 작업 중 한쪽 손을 다쳤다. 6주간 입원, 8주간 통원치료를 받았지만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고, 재활 치료를 받은 이후에도 다친 손으로 주먹을 쥐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A 씨는 7일 오후 9시 14분쯤 광주 광산구 평동산업단지에 위치한 디케이 공장에서 약 1.8t 무게인 철제코일에 깔려 숨졌다. 이 업체 정규직인 A씨는 부품 원자재인 철제코일을 호이스트(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는 기계장치)로 작업대 위에 옮기는 공정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친형은 "동생이 일한 3년간 작업 중에 다쳐 야간으로 응급실로 불려간 것만 두 번이 넘는다"고 말했다. 또 양팔이 잘린 여성, 다리를 잃은 외국인 등 다른 노동자가 당했던 안전사고 사례를 들며 디케이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지적했다. 동생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에는 작업 중 동료가 파편에 얼굴·가슴·허벅지 등을 맞는 일이 빈번하다는 내용이 있다. 이에 형이 '멀리 떨어져서' '문을 닫고' 등 안전을 강조했지만, A 씨는 '가까이 있다고' '문 없어'라고 답했다.


디케이 관계자는 사고에 대해 "한 차례 산재 처리가 된 것으로 안다. 작은 상처는 치료만 받고 끝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체 절단 등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있었다는 증언과 관련해 "거기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동료 노동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공장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을 근거로 A씨가 홀로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디케이 측은 "노동부가 조사 중이라 이 자리에서 말하기는 그렇지만 회사에서는 정상적으로 작업한 것으로만 안다"고 답했다.


경찰과 노동 당국은 CCTV 사각지대인 대형 설비 반대편에 있었다고 증언한 동료 외국인 노동자의 증언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여부를,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한편 디케이는 공기 가전제품, 생활가전 부품, 자동차 외장부품 등을 생산하고 정밀 프레스금형을 개발·제작하는 광주에 있는 삼성전자 협력사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회장 승진 후 공식적으로 처음 방문한 곳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문화영 인턴기자 ud366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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