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안전자산 예금·채권 '총동원'…고금리 시대 끝은 멀었다

시중은행 예금도 5%…고금리 수신상품 봇물
예금담보대출, 선납이연 등으로 추가 수익 노려
채권 투자도 활발…매매차익+절세 노리는 전략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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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이민우 기자] 직장인 김경응(36·가명)씨는 지인의 권유를 듣고 올해 초 증권 계좌를 만들어 주식 투자에 나섰다 쓴맛을 봤다. 투자금액은 500여만원으로 크지 않았지만 그새 주가가 곤두박질하면서 수익률은 -50%에 달했다. 김 씨는 "차라리 그때 3~4%대 예금을 들었다면 치킨값은 벌었을 것 같다"면서 "당분간은 예금에 목돈을 묶어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高)금리 시대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팽배해지면서 안전자산으로의 쏠림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은 자산시장의 약세가 지속되면서 예금,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에 여윳돈을 총동원하고 있는 상태다.

'전성기' 맞은 예·적금…'운용의 묘'도 살려야

고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부터 파킹통장까지 고금리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발표한 ‘2022년 9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9월 예금은행의 정기예금금리는 3.35%로 2013년 1월 이후 9년8개월 만에 3%를 넘어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금금리는 이미 4%대에 올라섰다. 이자율 연 5%를 넘어선 상품도 있다.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의 경우 12개월 기준 최고 5.10%까지 금리를 제공한다. 시중은행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북은행이나 BNK부산은행, 광주은행 등도 5%대 정기예금 상품을 내놓았다.


저축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는 이미 6%에 달하고 있다. KB저축은행의 'KB e-plus정기예금', 대신저축은행의 '스마트회전정기예금' 등은 12개월 기준 연 6% 이자를 제공 중이다. 가입기간을 24개월로 늘리면 한국투자저축은행의 '비대면 정기예금(연 6.10%)' 등 6%를 웃도는 상품도 있다.


상호금융권은 '특판'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관악신협은 연 10% 금리의 ‘특판유니온정기적금’(1년 만기)을 내놓았다. 별다른 우대 금리 조건과 한도 제한도 없어 출시 6분 만에 350억원 규모의 온라인 상품이 매진됐다. 새마을금고 후암동지점도 지난 3일 최대 7.79%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 상품을 출시해 완판시켰다. 재테크 커뮤니티나 각 지점의 문자 안내 등으로 빠르게 상품 출시 소식이 퍼지는 만큼 정보 수집에 힘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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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상품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운용의 묘'도 살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예금담보대출이나 '선납이연'이 대표적이다. 예금담보대출의 경우 주택청약통장 잔액이나 예·적금의 잔액을 담보로 실행되는 대출이다. 통상 한도는 저축한 돈의 95% 수준, 금리는 가입 상품보다 1~1.25%포인트가량 높다. 이를 실행해 각종 고금리 수신상품에 넣어 굴린다면 금리 차이만큼 이득인 셈이다. 통상 '급전'이 필요할 때 만기를 앞둔 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돈을 융통하는 방법이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일종의 차익거래 수단으로 쓰이는 것이다.

선납이연은 정액 적립식 예금(정기적금)을 거치식 예금(정기예금)과 같이 운용하는 기법이다. 적금에서 약정한 월 납입액을 미리 불입하면 '선납일수'가, 늦게 불입하면 '이연일수'가 발생하는 데 이 차이를 활용한다. 12개월 만기 적금에서 첫 회에 미리 6회분을 납입하고, 한 달은 1회분을 넣은 뒤 다음 만기 직전에 5회분을 몰아넣는 '6-1-5' 형태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납입하면 만기일이 지연되지 않고 정상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일곱번째 달이 입금할 1회분 금액과 만기 직전에 넣을 5회분 금액을 각각 상반기와 하반기에 정기 예금 상품으로 굴릴 경우 적금 만기 이자 외에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식이다.


채권시장 큰 손 된 개인…절세채권 주목

레고랜드 사태,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사태로 분위기가 다소 꺾이긴 했지만 국공채 등 채권 시장 역시 안전자산을 찾는 금융소비자들이 찾는 대표적 투자처 중 하나다.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기관의 매수세는 꺾였지만 개인은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의 국내 채권 순매수액은 2조3135억원으로 전년 동월(5686억원) 대비 4배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의 채권 순매수액은 41% 감소한 12조5000억원이었고, 보험사는 지난해 10월 5조3934억원 순매수에서 올 10월엔 2조2319억원 순매도로 반전됐다.


이전엔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대신 높은 금리를 주는 여신금융채, 회사채에 대한 인기가 높은 편이었지만, 최근엔 채권시장이 요동치면서 이들 개인도 국공채 등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지난 7일 기준 한전채(AAA등급) 3년물 금리는 5.771%로 웬만한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를 넘어선다.


특히 채권 중에선 '절세채권'의 인기는 여전하다. 절세채권이란 채권 만기에 지급하는 액면금리(쿠폰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채권을 일컫는다. 과거 낮은 표면금리로 발행된 이런 저쿠폰채권은 올해 급등한 금리의 영향으로 유통가격이 하락한 상태인데, 이를 매입해 만기 때 액면가로 매매하면 이자수익에만 과세(15.4%)가 되고 매매차익엔 별도의 과세가 이뤄지지 않아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기에 부여된 이름이다.


김학수 하나은행 압구정 PB센터 팀장은 "최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기관의 채권 투심이 악화한 부분이 있지만 부도 위험이 극히 낮은 한전채나 발전채 위주로 채권 매수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면서 "또 이런 와중에서도 절세채권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려는 금융소비자들도 늘고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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