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확장②]전문가 호평에도 배고파…울분을 토하며 신청했다

록밴드 '이상의 날개' 문정민, 한국대중음악상 모던 록 음반상 주인공
"해외 진출 절실…동양적 서정성 앞세워 한국 포스트 록 알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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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날개는 2011년 결성된 남성 록밴드다. 대표곡은 ‘인간 실격.’ 기괴하고 우울한 선율로 청중의 내면을 헤집는다. 자기 파괴적 성격에 함몰된 건 아니다. ‘날개’에서 활기찬 연주로 희망을 가리키고, ‘붉은 하늘’에서 극적 반전으로 응축된 에너지를 폭발한다. 분위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오묘한 가사를 더해 고유의 성격을 구축했다. 독창성을 인정받아 2017년과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 록 음반상을 받았다.


값진 성과에도 무대에 오를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편식을 조장하는 대중음악 산업 구조에 치여 11년 동안 방황을 거듭했다. 절망 속에서 마주한 서울 국제 뮤직페어(뮤콘) 쇼케이스는 한 줄기 빛과 같다. 해외 음악 산업 관계자들 앞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었다.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해외 진출의 꿈이다. 다음은 보컬·기타 문정민(사진)과 일문일답.

-유튜브 등 음악을 알릴 플랫폼이 많아졌는데.

▲서정적 음악을 추구해서인지 한계가 있더라. 즐겁게 뛰어노는 분위기와 거리가 멀어 공연할 기회부터 많지 않다. 국내와 달리 일본, 대만 등은 모던 록 인기가 상당하다. 청중이 많이 모여 다시 공연 기회가 주어지는 순환 체계가 잘 마련돼 있다. 해외 진출이 절실하게 다가온 이유다.


-한국대중음악상 음반상을 두 번이나 받았는데도 형편이 그대로인가.

▲그렇다. 전문가들로부터 호평받으면 달라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올해 수상 뒤 야외무대 섭외는 전무했다. 작은 클럽에서 몇 번 연주했을 뿐이다. 울분을 토해내는 심정으로 뮤콘 쇼케이스 신청서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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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활동한 경험은 있나.

▲대만에서 다른 밴드와 함께 무대에 오른 적이 있다. 반응이 꽤 좋았다. 국내 공연에서 해외 관객도 자주 만났다. 독일, 러시아, 브라질, 이란 등 국적이 다양했다. 대부분 해외 록 전문 사이트에 소개된 내용을 보고 찾아왔다고 했다.

-기회가 찾아온다면 어떻게 활동할 계획인가.

▲동양적 서정성을 앞세울 생각이다. 여타 그룹에 없는 특징인 만큼 미디어아트 등과 결합해 극대화하고자 한다. 롤 모델은 잠비나이다. 그들처럼 포스트 록 국가대표라는 자긍심을 갖고 활동하고 싶다. 무대에 오를 기회만 계속 주어져도 음악 활동을 이어갈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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