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술 범죄 무죄율 35%…처벌 강화 및 컨트롤타워 재정립 필요"

전경련, 기술 유출·침해행위에 대한 처벌법규 및 양형기준의 검토와 정책과제 연구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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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우리나라 기술 유출에 대한 법원 선고 형량이 지나치게 낮아 처벌을 강화하고 기술유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 컨트롤타워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제기됐다.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기술 유출·침해행위에 대한 처벌법규 및 양형기준의 검토와 정책과제’ 연구를 의뢰한 결과 첨단기술 보호를 위해 우리나라 기술 유출 관련 양형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017~2021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처리 제1심 형사공판 사건 81건을 검토한 결과 ▲집행유예(39.5%) ▲무죄(34.6%) ▲재산형(8.6%) ▲유기형(6.2%) 순으로 판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5년간 1심 재판에서 유기징역(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총 5건에 불과했으며, 산업기술 유출사건의 무죄 선고 비율은 같은 기간 전체 형사사건 무죄율(3.0%)보다 11.5배 이상 높았다.


김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기술 유출에 대한 법의 처벌 규정 수위는 주요국과 비교해 낮지 않으나, 실제 법원에서 선고되는 형량은 법정형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기술 보호 관련 법률인 산업기술보호법은 2019년 8월 개정을 통해 벌칙 규정의 법정형을 상향했다.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에 대하여 3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15억원 이하의 벌금 병과가 신설됐고, 국가 핵심기술 외의 산업기술을 해외에 유출할 목적으로 침해한 경우에는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법원이 실제 판결을 내릴 때에는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의 ‘영업비밀침해행위’를 적용해 판결하고 있다. 해외로 기술 유출을 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제2유형으로 기본 1년에서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제시하며, 가중 사유를 반영해도 최대 형량이 6년에 그친다. 이는 산업기술보호법상의 해외 유출 처벌 규정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강화된 법률 개정 내용이 실제 법원의 판결에 반영되려면 경제안보와 관계되는 기술유출 범죄에 대해 적극적인 양형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가핵심기술 등은 유출 시, 일반적인 영업비밀과는 달리 국가 경제 전체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별도의 범죄 군으로 분리해 양형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해 산업기술보호법과 방위산업기술보호법상의 기술 유출·침해행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산정기준을 만들 것을 제언했다. 아울러 기술유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경제안보와 기술보호 등에 대한 종합계획과 국가정책의 수립·추진은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 산하의 정책 컨트롤타워에서 총괄하고, 국가핵심기술 지정 등 시의성과 효율이 필요한 업무는 실무위원회에서 담당할 것도 제안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기술유출은 개인의 윤리적 책임과 위법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산업 발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는 행위”라고 강조하면서 “기술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은 물론, 국민적 공감대와 경각심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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